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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와 새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깔끔한 「위생국」이고 경제적으로 세계 제2의 대국을 자처하고 있는 일본이 요즈음 「아시아」의 소국인 「방글라데시」에 외교에서 참패를 당하는가하면 때아닌 「콜레라」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여 코가 납작해졌다.
「대국」답게 세계평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유엔」안보리에서도 비상임이기는 하지만 이사국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만만하게 나섰으나 두 차례 투표에서 모두 참패했다.
3차 투표에서는 더 이상 망신당할 수 없다고 아예 출마를 자퇴하여 이사국 자리는 「방글라데시」가 차지했다.
「방글라데시」가 l년 전부터 제3세계를 대상으로 득표공작을 했던데 비해 일본은 「대국」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져 득표외교를 게을리 했다. 안보리상임이사국 대열에 끼어 들겠다고 앙앙불락하던 참에 15개 이사국「그룹」에서마저 제외돼서야 일본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일본은 이 결과를 두고 강대국 독주에 대한 제3세계의 반발이 주된 이유일거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제3세계에 대한 원조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 나오고 있지만, 일본의 몰염치한 경제정책이 인심을 잃게 했다는데 대한 반성은 없다. 그저 남의 탓이라는 이야기다.
이 「대 일본체면손상」은 외교면 말고도 일본국내에서도 움트고 있었다.
문명국에서는 「콜레라」라는 병은 없고 다만 「아프리카」 및 동남아 일부 등에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던 「콜레라」가 일본동경 한복판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에 「콜레라」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동남아·「아프리카」여행객의 감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져 일본산 「콜레라」는 아니라고 자위해 왔다.
이번 동경에서 「콜레라」가 처음 발견됐을 때만해도 일본국민과 방역당국은 「인도네시아」산 수입새우에 책임을 돌렸으나 그동안의 조사결과 수입새우는 결백한 것으로 밝혀졌다.
까다로운 검역절차로 외국인에 애먹이던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젠 동남아 및 「아프리카」각국이 오히려 동경발 일본인 여행객에 「콜레라」예방접종을 받았다는 「옐로·카드」(검역증)제시를 요구하고있다.
일본이라는 나라도 이젠 세계무대에서 덕을 좀 쌓을 때가 된 것 같다. <김두겸 동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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