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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스카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탈리아」북부도시「밀라노」에선 1년에 한번씩 축구시장이 선다. 제2의「월드·컵」에 비교되는「유럽·컵」쟁탈전을 앞두고 명선수들이 상장된다. 공개된 가운데 선수들이「스카웃」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강「팀」인「인터·밀라노」축구「팀」이「브라질」의 축구황제「펠레」에게「백지수표」를 던졌던 곳도 바로 이「밀라노」시장에서였다. 「펠레」는 그때 한마디로『노!』했다.
백지에 수자를 써넣을 만큼 자신은 황금의 탐욕자가 아니라는 하나의 결백 증명이었다.
「펠레」가 선수 말년에 미국의 축구「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그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연봉도, 명성도 아니었다. 축구 황무지인 미국에 축구를「선교」하기 위한 사명감을 스스로 다짐했었다. 「축구선교사」를 자원한 셈이다. 과연 대선수다운「의젓함」이었다. 「스포츠」세계에서「스카웃」이 이루어지는 것은 별로 어색한 일이 아니다. 물론 국경을 넘을 때는 좀 마음에 걸리긴 한다. 그 기량을 조국의 명성을 위해 바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큰 나무는 그 그림자도 크게 마련이다. 큰 그림자 속에 묻힌 작은 나무들은 언제 햇볕을 볼지 모른다.
「펠레」없는「브라질」의 축구는 정말「물 없는 사막」같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림자 속에 묻혀있던 제2·제3의「펠레」들을 찾아내 서둘러 키워야할 의욕과 기대를 스스로 갖게된다.
요즘 우리나라 대표「팀」의 어느「스타·플레이어」가 서독「프로·팀」의「프로포즈」를 받은 모양이다. 그의 기량과 명성에 매료된「팬」들은 필경 실망과 충격이 클 것 같다. 조국애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선수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은 잠시 생각해 볼일이다. 우선 그에게 제의된 연봉은 국제「스타·플레이어」급에 상당한 것 같다.
석유재벌이 후원하는 미국의「프로」축구「팀」도「슈퍼스타」급에 겨우 10만「달러」정도를 줄뿐이다.
우리선수에게 제의된 대우는 그 개인의 기량뿐 아니라 우리나라 축구에 대한 신뢰의 일면이기도하다.
오히려 그 선수가 세계의「그라운드」에서 함께 뛰고 뒹굴며 익힌 새로운 기예를 조국의 후진양성을 위해 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한 일이다.
어쩌면 그 선수 한사람의 전기가 우리축구계의 한 전기도 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우리 사회의 책임이 있다면 좋은 선수를 빼앗아갈 수도 있는 우리의 허술한 대우가 그것이다. 「인기」만 있고「생활」이 없다면 선수로서는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망설여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선수를 관리하는 문제도 성의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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