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상대하면 청취율이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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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상 「프로」 개발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가 전체 방송 「프로」중 청취율 1위를 차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라디오」 방송의 주종을 이루던 「뉴스」·「드라머」·음악 「프로」 등을 제치고 주부 대상 「프로」가 청취율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청취취향에 대단한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라디오」 방송국에선 시간대를 늘리고 내용의 다양화를 꾀하는 등 주부대상 「프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방송하는 5개 중앙 「라디오」국은 모두 주부대상 「프로」를 방송하고 있다.
TBC 「라디오」의 『안녕하십니까 황인룡입니다』를 비롯해 KBS의 『주부시간 박린희입니다』, MBC의 『여성 「살룽」 임국희예요』, CBS의 『부인 안녕하세요』, DBS의 『행복의 구름다리』 등이다.
이 「프로」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방송되는 내용과 그 다양함 때문이다. 가볍고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주부들의 행복이나 고민, 그리고 갈등 등을 장담하고 생활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대부분 「라디오·프로」의 공통된 내용이다.
부부 사이의 애정, 가족의 건강, 시댁식구와의 갈등, 어린자녀의 성교육, 혼자서만 여가를 즐기려는 남편의 악취미에 대한 불평등 주부들이 보내오는 편지의 내용도 다양하다.
이런 내용들이 모두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얘기들이라 더욱 친근감과 실감을 안겨준다. 따라서 이 「프로」들은 주부들뿐만 아니라 미혼여성·남성들에게도 청취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5개 「라디오」국 가운데 가장 이채를 띠고 있는 「프로」가 TBC「라디오」의 『안녕하십니까 황인룡입니다』이다.
이「프로」는 청취자의 참여와 함께 요일별로 서로 다른 주제를 마련, 거기에 따른 전문가를 출연시키는 등 「프로」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또 유일하게 지역별로 1백명의 주부통신원제도를 두어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소개하는 등 기동성을 과시하기도 한다.
각 「라디오」국의 주부 「프로」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가정에서의 주부역할이 커지고 적극성을 띠어가는 것과 함께 남편들도 차차 가정적이 돼가고 있다는 것. 또 아직도 부인에게 복종만을 강요하는 남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부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부부의 관계가 종속이 아니라 대등한 위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라디오」방송국의 이같은 주부 중심의 「프로」가 늘어나고 인기가 높은데 대해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전태형 교수는 ①「라디오」가 현실적 감동을 주는 면에서 강하고 ②대중의 생활 「템포」가 가속화되는 오늘날에 있어서 청취자에게 많은 편의를 주며 ③「트랜지스터」의 보급이 주부들에게 청취공간을 더욱 확대, 주방이든 안방이든 개인화 청취경향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이런 「프로」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전 교수는 『TV가 오락적으로 흐르기 쉬운 약점이 많은데 반해 「라디오」는 오히려 문화창조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주부의 교양과 사회적 봉사 의식 등을 계도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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