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두번째 방어한 조훈현 7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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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왕위전」 도전 5번기는 처음부터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웠어요. 지키느냐 빼앗기느냐 하는 문제보다 앞으로의 제 바둑에 대한 분수령이 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9일 한국기원 특별 대국실에서 벌어진 「랭킹」1위 「왕위전」(중앙일보·동양방송 주최) 금년도 제13기 도전 5번 승부 제3국에서 도전자 서봉수 5단을 불계로 물리쳐 3연승, 11기 때 처음 왕위 「타이틀」을 차지한 이래 두 번째 「타이틀」을 방어한 조훈현 7단은 첫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서5단과는 「라이벌」의식이 강해 대국을 끝낸 후에도 아무런 감정의 표현을 나타내지 않았으나 이번만큼은 함박 웃음을 띠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꼭 돈 때문에 바둑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전인데다가 상금(3백만원)도 많아 더 기분이 좋아요.』
대국이 시작되기 전의 일반적인 예상도 『조 왕위의 상승세로 미루어 무난하게 「타이틀」을 방어하리라』는 것이었지만 서 5단이 3연패로 무릎을 꿇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번의 「타이틀」방어로써 그는 여전히 국내의 9개 「타이틀」가운데 여전히 8개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으며 적어도 당분간은 그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만한 기사가 없으리라는 중론이다.
『바둑이 정신력으로 두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운수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이번 도전기의 고비는 서5단이 흑을 쥔 2국 때였어요. 계속 몰리던 바둑을 서5단의 실수로 이기고 나서 「타이틀」을 방어하리라는 자신이 붙었지요.』
53년 전남 영암 출생으로 9세 때 최연소 기록으로 입단한 후 도일, 「세고에·겐사꾸」 9단의 문하에서 바둑 수업을 쌓은 그는 천재성 때문에 아직도 일본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청원 「하시모또·우따로」 9단 등 같은 「세고에」 문하생들이 「세고에」 7주기 추모 행사에 그를 특별 초청. 16일 도일하게 되는데 예정은 없지만 그곳 정상급 기사와 대국을 가져 성장한 실력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 「팬」들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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