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극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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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회 「대학연극축전」이 23일부터 내달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개막됐다.
참가 「팀」 만 해도 예선을 거쳐 선발된 10개 대학에 이르고 있고, 연극영화 전공 학생만은 참가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보아 이번 「축전」의 「아마추어리즘」과 일반성이 엿보인다.
이 첫 번째 시도를 계기로 대학연극 내지 대학 문화활동의 양적 풍성과 질적 심화가 기해지기를 희망한다.
대학연극은 흥행성의 부담이 없고, 새 양식을 모색하는 실험성을 「모토」로 하며, 그 자체가 하나의 학습과 수업으로서 기능 한다는 점에서 기성 연극 활동과 구별된다.
이점에서 대학 연극은 순수예술에의 애정과 신진대사에의 도전, 그리고 미답 경지를 개척한다는 왕성한 실험의욕 및 용기를 생명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극 70년사의 각 발전 단계나 그 「모멘트」 역시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대학 연극활동의 세대 바뀜을 통해 고취되고 추진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본격 신극의 문호를 열었다 할 수 있는 김동원·이진순·이해랑시대도 어떤 의미에선 동경극 예술학교를 온상으로 한 대학 연극의 제1기였다 하겠다.
차범석과 신영균을 중심으로 한 대학 연극인들의 소규모 활동이 그 제2기에 해당했다 한다면, 제3기는 오늘의 「브라운」 관을 주름잡는 주역들의 학창시절 수습 활동기로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
60년대말에서 오늘의 싯점에 이르는 시기는 이를테면 그 이후의 대학 연극운동의 제4기 쯤으로 쳐도 무방할 듯 하다.
이 과정에서 대학연극은 기성 연극의 꺼풀을 깨고 나와 새로운 내용과 양식을 창조해 온 상승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음이 확인된다.
제4기의 대학연극, 다시 말해 오늘의 대학연극운동의 특징은 「캐스트」뿐 아니라 연출까지도 대학인 스스로가 자담하며 민속극등 전통극의 현대적 재생에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점은 참다운 민족문화의 맥을 발굴하여 재생하겠다는 문제 의식에서 뿐 아니라 상업 예술의 만연과 기성 연극의 경직성·안일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요청에서 볼 때 여간 대견스럽고 기대되는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축전」의 공연 작품들을 대충 훑어 볼때 적잖은 편수가 기성연극계의 공연활동에서 이미 그 예술적· 흥행적 성과가 확인된 작품들로 선정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띤다. 이것은 대학연극에 잊어선 안될 「아마추어리즘」과 실험성·학습성의 필요에서 보아 다소 안일한 자세가 아니었나 생각 키우기도 하는 것이다.
대학연극은 「기성을 얼마나 잘 모방할 수 있느냐」 하는데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록 서투른 한이 있더라도 「새것을 얼마나 잘 창조할 수 있었느냐」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만일 대학 연극이 그 「서투룰수도 있는 실험정신」을 뒤로 미루고「능숙한 기성 흉내」 만을 앞세우기로 한다면 문화운동으로서의 대학연극의 사명감과 청신감은 감소되기가 쉽다.
이점에서 앞으로의 대학 연극은 보다 많은 정열을 갖고서 참신한 창작물의 확보와 고심 참담한 자기 수련에 더 점진해야 하겠다.
안일한 번역극 의존이나 고통없는 모방 기술만 가지고는 새로운 연극 예술의 개척도, 전통극의 재생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인의 고민, 민족의 갈망에 진지하게 동참하는 가운데 대학 연극인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할 청신한 극예술 운동이 전개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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