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잡은 방랑시인…김삿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시비제막>
이번 광주에서 방랑시인 김삿잣 (김립)의 시비가 건립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세우는 쪽은 김립 시비건립위원회. 그가 돌아간지 1세기만에 지기들을 만난 셈이다. 그 동안에도 일제시대 이응수, 해방되어 김룡제·김일호등의 해설 시집이 나오고, 최근에는 그 전기까지 엮어낸 이가 있고, 「텔리비전」이니 「라디오」니 「매스·미디어」를 탔기에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금강산
송송백백암암회수수산산처처기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가 바위와 바위를 돌고 돌아 물과 물 산과 산이 곳곳마다 절경이네.)
이 시는 오는 22일 상오10시 광주 무등산 산록에서 제막될 방랑시인 김삿갓 시비에 새겨진 시의 한 토막이다.
무등산기슭 석곡수원지 호반 양지바른 곳에 세워진 난고 김병연(김삿갓)시비는 3층으로 된 흰색 석재기단에 높이 2·5m, 너비1 m, 두께30cm 크기의 비석을 세우고 그 위에 삿갓모양의 흰색돌을 깎아 씌워 멀리서 보면 이 시비가 삿갓을 쓴 것과 흡사하다.
시비 바른쪽 아래에는 석재 기단에 높이 70cm, 너비 1m20cm, 두께 30cm 크기의 비석에 김삿갓의 대표적인 시인 『금강산』을 한자와 한글로 새겨 세워놓고 시비 뒤쪽에는 김삿갓의 내력과 이번 시비건립에 참여한 인사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김삿갓 시비를 이곳 광주 무등산에 세우기로 한 것은 지난 77년 가을의 일.
그의 후예인 김병일씨(71· 광주시 동구 남동) 가 주동이 되어 김삿갓 시인이 무등산산록인 화순군 동쪽에서 세상을 떠난 연고를 가려 그의 고혼을 위로하고 우리나라 시사에 남긴 불후의 금자탑을 기리기 위해 광주박물관장 허연씨등의 고증으로 시비건립사업을 추진했다.
시비건립위원장으로 박철씨(국회의원· 공화당 대변인)를 추대, 김승한씨(중앙일보 주필)를 비롯. 뜻을 같이한 김재완씨 (전남부지사) 신태호씨 (광주 상공회의소 회장)등 도내의 기업인·공직자·유지등 모두 76명이 참여해 5백만원의 성금으로 시비를 만든 것이다.
비석에 새긴 글은 김삿갓 시인의 후예인 서예가 일중 김충현씨가 썼다.
추진위원회는 또 시비건립을 계기로 전국 유림에서 보낸 김삿갓의 시5백여수를 비롯, 각계에서 보내 온 시를 모아 시집도 발간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시비건립에는 전남지방 문인들이 많이 참여해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광주=황영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