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공연 막 내리는 박동선 사건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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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의회는 10월 14일의 휴회와 함께 박동선 사건이라는 「드라마」의 막을 2년만에 내린다. 윤리위는 관련 현직 의원 세사람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고 지금은 마지막 조사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프레이저」 소위는 「프레이저」 자신의 퇴진을 앞두고 보고서를 곧 제출할 예정이다.
한가지 남은 문제는 김동조씨의 서면 답변에 대한 평가 문제다. 윤리위는 이 문제를 가지고 마지막으로 한국에 짜증을 한번 부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건 짜증을 위한 짜증으로 그칠 것이다.
김동조씨가 소위 「혐의 사실」을 부인하면 미 의회는 『모욕적인 거짓말』이라고 몰아세울 것이고 김씨가 시인하면 이는 곧 한국 정부의 주도하에 매수 공작이 행해 졌음을 공식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 의회 주변에선 김동조 서한이 알맹이가 없고 따라서 윤리 위는 김씨와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미 하원 윤리위는 18개월간의 조사 끝에 「로이벌」·「윌슨」·「맥폴」등 3명의 동료 의원들에 대한 「괴로운 집행」을 끝냈다.
한국에 대한 「인민 재판」을 하던 「프레이저」소위도 그 동안 조사한 한미 관계의 「진상」을 이달 말께 보고서 형식으로 공표한다.
따라서 빠르면 이달 내로, 늦어도 의회의 회기 말인 내년 1월까지는 한국 「스캔들」에 얽힌 여러 가지 문제가 「공식적」으로는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한미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지난 2년 동안 미국 「매스컴」에 비친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는 사상 최저의 수준이었다.
이러한 「이미지」는 박동선 사건의 지엽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 기나긴 조사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도매금으로 본 피해다.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 대사의 말대로 이제는 한국인이 미국인을 보는 눈과 미국인이 한국인을 보는 눈은 달라져 가고 있으며 또 달라져야만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쓰라린 시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가장 큰 우방이라는 사실이다.
박동선 사건 막바지에 한미 정상 회담이 양국간에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은 양국은 「불편했던 관계」를 「명랑한 관계」로 승화시키겠다는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먹서먹했던 한미 관계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는가는 양국 국민의 이러한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가에 달려 있다.
다만 반드시 박동선 사건 때문만은 아니지만 한국의 외교는 어차피 그 방식이 바뀌지 않을 수 없는 전환기에 접어든 것 같다.
「유엔」에서의 「득표 외교」, 미국에 대한 「군원 외교」에서 탈피하여 바야흐로 대등한 「정통 외교」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시기로 접어들었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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