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커트·라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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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9학년도 대학입학예비고사 지원자는 모두 40만25명으로 종래의「커트·라인」설정원칙인 입학정원의 2백%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 평균 경쟁률은 1.1대1이 될 전망이다.
경쟁률 1.1대1이란 응시자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90.9%가 합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리하여 일부에서는 올해 예시「커트·라인」은 대학입학정원의 1백70% 내외에서 재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예비고시의 합격률이 거의 전원합격이나 다름없는 90%이상이라면 굳이 이 같은 고시를 실시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제도자체의 폐지론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커트·라인」기준 인상논의의 진원도 이 같은 논의를 염두에 둔 것이겠으나, 그렇더라도 예비고사 실시의 의의는 없어지는 것이 아닐뿐더러「커트·라인」의 인상론도 이렇다할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대입예시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촉진한다는 명분뿐 아니라, 그밖에도 평가전문가들에 의한 고교 전 교과 학습과정의 성취도를 국가적「레벨」에서 검정하는 이점과 무질서한 응시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비과율 등 낭비를 없애기 위해 대학진학자를 제한하는 일종의 여과장치로서의 이점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1백 명의 응시자 가운데 고작 10여명을 걸러내는데 그친다고 한다면 그러한 제도 자체의 존재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의에는 일단 충분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대입예시도 이제 근본적으로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대입예시가 68년 11월에 처음 실시된 이래 가장 빈번히 지적돼온 문제점은 무엇보다 「커트·라인」제였다.
예시의「커트·라인」은 당해 년도 대학입학 정원의 몇%선이라는 모호한 기준아래 해마다 당국의 자의에 따라 결정됐을 뿐 대학입학 희망자의 객관적인 자질과는 직접적인 관련 없이 설정돼 왔다.
지금까지의「커트·라인」만 보아도 78년의 경우 가장 높다는 서울이 1백97점으로 이를 1백 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57.94점에 불과한 것이며 가장 낮은 모 도의 경우는 48.20점밖에 안 되는 것이었다.
이는 통상적인 시험의 합격점이라 할 수 있는 60점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많은 응시자들에게 낙방생의 굴레를 씌워 본고사 응시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만을 가져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차제에 예비고시제도는 그대로 존속시키되 사실상 유명무실화한「커트·라인」제를 폐지함으로써 모든 예비고사 응시자가 자기의 점수를 가지고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이러한 방안은 응시자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좌절감과 열등의식을 예시단계에서부터 느끼게 하는 부작용을 막는 길일 뿐 아니라 대학의 자율성을 신장시키는 이점도 갈리는 길이다.
물론「커트·라인」제의 폐지가 고교교육 전체의 면학분위기 형성에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시합격의 문호가 극히 소수의 저능학생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합격할 정도로 넓게 개방된 현실을 감안한다면「커트·라인」제의 폐지가 고교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인경하기 곤란하다.
이런 견지에서 대입예시의 무조건적 폐지보다는 제도자체가 내포하고있는 문제점을 오는 새 학년도부터라도 과감하게 제거함으로써 고교 및 대학교육에 함께 도움이 되는 제도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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