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연보호 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그 동안 산발적으로 전개돼오던 자연보호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대하기 위한 지침으로서 자연보호헌장을 제정, 선포하게 되었다.
자연보호헌장은 국민교육헌장과 더불어 국민생활의 지표로서 이 헌장 안에 구가된 자연애호의 행동강령과 이로 인한 정신순화를 함께 실천에 옮긴다면 우리의 생활환경은 그만큼 조화를 되찾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자연보호운동은 산하에 널러있는 쓰레기나 빈 병을 줍고, 나무 가지 등을 꺾지 않는 정도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래서 그 동안 학교나 사회단체에서 간헐적으로 벌여 온 자연보호운동도 고작 명승지나 등산로에서 청소작업을 하는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었다.
또 자연을 훼손하지 말자는 원시적인 상태로의 보전만을 고집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보호헌장이 선포되는 이 마당에 실천 목표로 제일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연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 들여 가꾸어야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이름난 명승지들은 그 어느 곳에 가보거나 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거기다 얼마나 정성을 들여 인간적인 입김을 불어 넣으려하고 있는가를 곧 알 수 있다.
그만큼 사람의 힘으로 자연을 가꾸어 놓았을 때 그 자연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보다 친근감을 갖게되며 훼손이란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헌장 속에도 7개 실천사항 중 개발과 자연의 조화라는 항목이 있다.
또 아름다운 생활환경을 조성하여 나가자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여태까지 우리는 어떠했던가. 자연을 개발한다고 명승지에 몰려든 악덕 상인들은 장사를 위한 구조물만을 세워 아름다운 경치를 도리어 버려놓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국토는 그 넓이에 있어서는 비록 협소할 망정 고래로부터 그 산수의 수려함에 있어서는 결코 어느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외국인들조차 놀란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혜택을 누릴 줄만 알았지 정성 들여 가꿀 줄은 몰랐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자연을 가꾸는데는 형식적인 시설물만으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자연을 마음속으로부터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최근 박대통령이 솔선 자연보호운동에 참여하면서 지적했듯이 마음까지 순화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도하듯이 자연을 가꾸어 관광지로 만든다고 원형조차 뭉개버리는 사태야말로 대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모름지기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마음까지 순화하는 정신자세로 자연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먼저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정성 들여 가꾸어 놓은 자연을 깨끗하게 보전하는 것이 헌장 실천의 제1목표가 되어야 한다.
가꾸고 다듬은 자연은 그 다음 국민교육을 통해 깨끗이 보전되어야 한다.
행사 때마다 낭독에 그치는 헌장이 아니라, 그 정신이 국민의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에 스며들고 몸에 배어 저절로 실천되도록 교육·계몽돼야 할 것이다.
오늘날 자연보호는 비단 우리나라에서 만의 관심이 아니다. 최근 우리의 저명한 동·식물학자 4명이 소련에 간 것도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고도성장의 그늘진 면이 날로 첨예화되고, 각종 공해가 국민의 생명까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파괴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자연보호 실천으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