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입생의 기초학력 미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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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신입생 가운데 예비고사 평균성적 60점이하의 기준학력미달 학생이 전체의 26%에 이르고 있다는 연세대 오 모 교수의 조사보고는 고급인력의 양성과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와 관련하여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력미달의 저질학생이 대거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저질 대학졸업생의 증가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급인력의 공급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례없이 대폭적인 대학 정부증원정책을 강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초학력이 충실치 못한 입학생들을 무더기로 받아들인다면 장차 배출될 고급 인력의 질적 향상이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래 가지고서는 대학정원을 늘리는 본래의 목표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국가발전을 위해서 필요로 하는 고급인력이란 첨단적 기술을 받아들여 창조적으로 개발시킬 수 있는 고도의 자질과 지적능력을 의미한다.
국제시장에서도 우수한 능력만이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이는 바로 가격경쟁에 이기는 길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수한 인력의 집중적 개발을 위한 효과적 교육제도의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국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학입학생의 학력수준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면 이를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 것인가.
78학년도 4년제 대학 입학생 7만6천4백 명 가운데 2만 명이 기준학력에 미달되는 학생이었는데 79학년도에는 대학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약5만 명의 수준미달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대학 신입생의 자질 저하는 대학의 하위 교육인 고교 교육실태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고등학교 또는 그 이하의 학교에서 누적된 학습결손이 대학 신입생의 저질화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급인력 공급원으로서 대학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그 저변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을 전략적 과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도 그 동안 한국교육개발원이나, 연세대 교육연구소에서 개발한 이질적 다인수 학급에서 획기적으로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발전계획(EDP) 등의 유효성이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교부 당국이 이에 대해 아직 진지한 관심을 쏟지 않고 있음은 이해키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 난이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의 이른바 평준화시책 하에서는 이 같은 새로운 교육기법의 도입 없이는 사대를 개선시킬 별다른 묘안이 없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은 이른바 무시험추첨 진학제의 실시로 학교교육의 내용이 부실해졌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비판이 높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고급인력을 양성하려면 교육의 대중화 추세를 따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의 능력을 최고도로 진작시킬 수 있는 교육제도의 모색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근원적으로는 교육의 질적 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도리어 교육의 평가절하만을 초래한 고교 무시험추첨 진학제도를 경쟁입시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고급인력의 수요에 대처하는 길은 조직확대 못지 않게 질적 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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