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들이 진단한 향후 5년의 한국 TBC-TV 특집 사회 봉두완 위원|변수 많지만 고성장은 지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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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날로 높아 가는 각국의 보호무역장벽과 국제통화의 불안 속에 한국은 과연 지금까지와 같은 경제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세계의 경제진전은 어떠한 것인가. 중앙일보·동양방송은 신문 창간13주년을 맞아 한·미·일 3국의 경제석학들로부터 이들 문제에 대한 의견을 종합, 특집했다. 이 특집은 한국의 김만제 한국개발연구원장, 미국의 「홀리스·B·채너리」세계은행부총재와「로런스·클라우스」「부루킹즈」연구소 국제경제담당수석 연구원, 그리고 일본의「가나모리·히사오」일본 경제연구「센터」이사장과「사에끼·기이찌」「노무라」연구소장 등 5명의 권위자들을 연결하여 동양TV에서 22일 밤 『향후 5년을 진단한다.』는 특별「프로」로 방영됐고 10월3일 재방영될 토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회는 미·일 현지를 방문, 대담자들과 직접 만나 취재한바 있는 봉두완 동양TV논평위원이 맡았다. 【편집자 주】
사회=우선 포괄적인 질문이 되겠습니다만 80년대 세계경제 전망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크라우스=태평양연안의 국가들-한국·일본·미국· 「캐나다」같은 나라에 대해서는 낙관적입니다. 이들 국가는 계속 좋은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며 이들 국가간의 무역도 급속히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5∼10년 사이의 「유럽」이 경제전망은 꽤 비관적입니다.
「유럽」국가들은 경기가 침체돼 있기 때문에 무역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에끼=나는 약간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질서의 개편성에 따른 과도기적인 혼란의 계속, 「에너지」공급의 제약, 설비투자의 부진, 기술혁신의 정체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서보면 지난50년대나 60년대와 비교해서 앞으로의 세계 경제성장율이나 무역신장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과 같은 「템포」>
▲가나모리=「유럽」의 경제는 활력이 없어졌어요. 발전하려고 하기보다는 경쟁을 억제하려는 경향, 수입을 억제해서 살아가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실업자는 늘고 경제는 침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상을 타개하지 않으면 「유럽」경제는 비관적입니다.
▲김만제=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보호무역주의경향, 경쟁국의 대두 등 낙관적일 수만은 없지요. 아뭏든 난관을 극복할 태세를 갖추어야합니다.
사회=한국경제는 지난10여 년간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습니다. 앞으로 국제 원유 값이 현재 「배럴」당 12「달러」선에서 80년대에는 20「달러」선으로 오를 전망인데 과연 높은 석유가를 이기고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는지요.
▲채너리=물론 석유값의 상승은 한국 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국이 60년대의 일본과 같이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차라리 다른 요소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나는 석유값에 관계없이 한국은 앞으로 수년간 일본과 같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낙관합니다.
▲클라우스=원유 값이 높다고 해도 한국에 대한 어떤 차별이 없는 한 한국은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일본이 가장 높은 성장율을 보인 때보다도 더 빨리 성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에끼=한국경제는 「다이내믹」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60년대의 일본과 비교하면 상황은 그 당시보다 불리하게 되어있어요.
그러므로 한국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해도 60년대 일본이 달성한 것과 같은 높은 성장율을 앞으로 오래 동안 지속할 수 있느냐는 것은 의문입니다.
▲김=60년대 일본의 환경보다는 여러 가지로 불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많고 왕성한 기업투자·기술개발, 그리고 정책의 적응력 등 고도성장의 사연들도 많습니다.
사회=한국경제성장의 수출입 의존도를 75%나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출의 역할이 80년대에도 계속될 것인지.

<수출둔화는 필연>
▲클라우스=작은 나라가 소득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경제와 깊게 관련을 맺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패턴」을 따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수출의존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어서 대외무역이 급속히 얼어난 뒤에는 무역신장율이 둔화되는 시기를 맞게 됩니다.아마도 한국은 5년 내지 10년 뒤에 이러한 상황에 도달할지 모릅니다.
▲사에끼=한국과 같이 5천만이하의 인구일 때는 무역의존도를 높이지 않으면 높은 경제성장을 바랄 수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무역의존도 75%는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세계의 경제성장율이 떨어지고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화되면 무역의존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점차 국내시장의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가나모리=일본은 수출이 GNP의 10%정도 밖에 안되고 나머지 90%는 국내시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너무 높은 편이지요. 그것은 경제발전의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채너리=지난 몇 년 동안 세계경제가 침체했을 때도 한국의 수출은 매년 30∼35%씩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수출성장 속도는 계속될 수 없을 것이고 15∼20%선으로 둔화되리라고 보지요.
그래도 한국경제는 만족할 만큼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사회=선진공업국들의 보호무역정책이 지금과 같이 계속될 것인지 그 경우에 한국과 같은 대외 지향적 개발도상국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클라우스=한국이 대외 지향적 국가라고 말하는데 실은 수출만이 대외 지향형입니다. 수입은 아직 자유무역체제가 갖추어지질 못했습니다.
세계의 자유무역체제를 위해서 한국과 선진국들의 수입 규제는 시장은 연간3∼4%씩 밖에 성장하지 않는데 한국 같은 나라의 수출은 30∼40%씩 증가하는데서 생기는 층들의 산물입니다. 언젠가 한국의 수출성장 속도가 감소되면 선진국의 대한규제 장벽도 점차 없어질 것입니다.
▲사에끼=경제성장율이 둔화되는 추세 속에선 보호주의 경향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보호주의에도 한계는 있지요.

<내수시장 개척을>
앞으로 세계경제의 신장율이 높아지면 다소 보호주의가 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상당기간 보호주의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나모리=보호주의가 강해지고 있다는 현상은 아마도 각국간의 경제보복 성격의 감정적 원인이 적지 않이 작용하지요.
▲채너리=한국은 지난 1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출성장율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게 높은 수출신장율을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수출을 둔화시티고 대신 국내시장을 개발, 내수비중을 높여야지요.
▲가나모리=선진공업국들의 무역정책은 매우 심각한 영향을 갖는 일입니다.
세계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선진국은 문호를 충분히 개방해주고 대신 고급 상품을 만드는 현대로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실패하면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야기될 것입니다.
사회=「엔」화 상승· 「달러」화 약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에끼=「엔」화의 상승은 미일간의 경상수지격차, 물가상승율, 세계에 뿌려진 「달러」화의 가치변동 등 종합적인 산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일본만의 노력으로 환율「레이트」가 결정될 일이 못됩니다.
▲가나모리=「달러」의 약세는 미국이 「인플레」정책을 껐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으로는 현재의 통화제도를 개혁했으면 좋겠는데 묘안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클라우스=현재의 국제통화환율은 많은 불안정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이 경제정책을 조정해서 서로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을 큰 무역상대국으로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환율을 계속 「달러」화에만 「링크」시키는 것은 잘못입니다.
달러」이외에 다른 통화와도 환율을「링크」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채너리=일본이 해야 할 일은 경제성장과 수입을 가속화시켜 환율을 조정해야 하는데 왜 그런 일을 안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사회=다시 한국문제로 돌아와서 한국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중동「붐」이 얼마나 계속될 걸로 보십니까.
▲김=추측하기 어렵지만 「오일」경기만 보아도 10년은 지속되리라고 예상합니다.
그후에도 중동지역은 경제적으로 발전해서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이 될 것이고 그 점에서 전망은 좋습니다.
▲채너리=중동산유국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샤」만 연안의 소국들만이 흑자를 계속하고 있고 「이란」「알제리」등은 이미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석유값이 오른다 해도 74년과 같은 흑자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밝은 중동>
▲클라우스=석유파동직후인 74년 OPEC국가의 무역흑자는 7백억「달러」였지만 77년에는 3백50억「달러」로 대폭 줄었고 금년엔 더 줄어들 전망입니다.
오는 80년까지는 OPEC국가의 무역흑자는 훨씬 줄어 거의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그 동안 괄목할 진출을 한 한국은 앞으로 중동에 대한 건설 및 상품수출속도가 둔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은 계속 큰 시장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사회=앞으로 석유파동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지요.
▲김=앞으로도 원유파동의 재발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길은 비축이나 절약하는 길밖에 없지요.
▲채너리=현재 가장 큰 문제는 석유값을 통제하지 않고 계속해서 많은 량의 석유를 수입, 낭비하고 있는 미국입니다. 미국과 다른 석유 수입국들이 절약조치를 취한다면 세계의 석유수요는 보다 완만히 증가할 것이고 값이 오를 가능성은 적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80년대에는 석유값은 어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아 틀림없을 것입니다.
▲가나모리=우유의 장래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한 .견해에는 큰 결점이 있습니다. 가격「메커니즘」의 기능을 경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석유값이 계속 오르면 그 결과로 새로운 유전이 발견될 수도 있고, 새로운 「에너지」가 개발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80년대에 가면 공산권과 자유세계의 「데탕트」로 무역의 증가가 예측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국이 동구권이라든가, 중공·북한과 교역을 하게될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김=발전단계로 봐서 공산주의 국가가 교역을 할 수 있는 상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경합관계가 심해지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특히 경공업부문에서 그렇지요.
▲채너리=앞으로 동·서간의 무역은 확대될 것이고 한국도 물론 여기에 참여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공산주의국가들은 대체로 한국의 수출상품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이들 국가로부터 어떤 상품을 얼마나 수입하느냐에 따라 교역가능성이 달려있다고 보아집니다.

<비중 큰 선진개도국>
▲클라우스=한국은 공산국에 근접해있고 경제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련·중공·「베트남」등과 교역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큰 비중으로 발전할 것 같지는 않아요.
▲사에끼=북한 때문에 중공이나 소련과 한국이 가까운 장래에 어떤 교역관계를 발전시키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동「유럽」간의 경제관계는 발전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아요.
사회=한국을 선진개발도상국(ADC)이라고들 말하는데 그 구분과 역할은 무엇인가요.
▲사에끼=ADC중에는 한국이 가장 선두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선진공업국이 겨우 생각하기 시작한 문제이므로 ADC국가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는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클라우스=ADC 국가들은 가장 활력에 넘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무역을 확대하는데 가장 중요한 나라들이지요. 그러므로 ADC는 세계경제를 어떻게 발전시켜야하는가 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가나모리=ADC국가, 즉 한국·「홍콩」· 「싱가포르」· 「브라질」등 경제발전이 눈부신 나라들은 선진국의 성장율을 상회합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 10년간은 ADC 국가들이 세계경제에서 해야할 역할은 매우 크다고 봅니다.
사회=한국은 지난 10여 년간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빈부격차 등 소득의 분배 면에서 문제가 많은데 그 점은 어떻게 보시는지.
▲채너리=한국은 브라질」이나 「라틴아메리카」국가들에 비해 빈민층에 성장의 몫을 돌아가게 하는데 비교적 성공한 편입니다.
급속히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고용인구의 비율이 높았고 실업율이 낮았기 때문이지요. 빈부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세금 같은 인위적인 정책을 써야 할 것입니다.
▲클라우스=공평한 부의 분배문제는 꼭 경제성장에 상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인플레」가 연 23%이고 어떤 사람의 소득증가율이 30%였다면 그는 형편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균형분배도 중요>
그러나 「인플레」가 없고 수입이 5%오르면 그는 생활이 나아진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인플레」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활이 나아졌다고 스스로 인식하는데 결정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불공평한 부의 분배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의 방법은 「인플레」를 감소시키는 것이고 그 다음 소득배분을 좀더 공평히 하도록 힘쓰는 것입니다.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인플레」는 부의 공평문제 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생존까지도 저해한다는 위험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사에끼=한국과 같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을 때는 분배의 공평은 어느 정도 불충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국도 분배문제 등 국내시책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김=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단순하지만 커다란 문제, 즉 고용증대·GNP성장 등 1차적인 문제에만 집착해 왔는데 국민의 의식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변함에 따라「인플레」·분배·생활환경개선에 대한 감각이 상당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의 해결에 앞으로 상당히 고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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