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법적용 잘못|법원서 알릴 의무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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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의 내용 또는 적용법조문이 설령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법원은 판결전에 반드시 이를 검찰에 알릴 의무가 없다는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형사부는 23일 신상석씨(25·가명·서울영등포구문내동)에 대한 강간치상 사건 상고심 선거공판에서 이같이 판시,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이판결은 법원의 공소장 변경 요구를 의무화한 현사소송법 제298조2항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한 것으로 법원의 의무조항을 사실상 사문화 했다하여 법조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신씨는 77년8월7일 밤 16세의 신모양(서울종로구)를 경기도부천시송내동50의12 유성여인숙 특2호실로 데려가 강제로 욕을 보임으로써 전치 10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됐었다.
신씨는 지난1월13일 서울형사지법에서 강간 치상죄로 징역5년을 선고받았으나 6윌7일 서울고법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었다.
서울고법은 ▲신양이 신씨에게 욕을 당하기전에 반항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처녀로서의 본능적 거절에 불과한 것이며 ▲신씨가 약간의 위력을 과시했으나 이는 신양이 항거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신씨의 행위를 법률적으로 강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고법 재판부는 이런 점에서 신씨의 행위가 「미성년자간음죄」에 해당될지는 모르나 검찰이「강간치상죄」로 기소한 이상 이 죄명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이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미성년자 간음죄로 처벌할 수 있다면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298조2항의 규정에 따라 무죄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마땅히 검사에게 공소장변경과 적용죄명의 변경을 요구했어야 하며, 이같은 의무를 고법재판부가 이행치 않고 판결했으므로 이 판결은 파기되어야한다고 주장,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대해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에 그 같은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법관이 반드시 이를 지켜야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제까지 이규정이 「의무규정」이냐, 「훈시규정」이냐를 둘러싸고 법관들 사이의 견해가 일치되지 않아 일부 법관은 심리도중 공소장의 잘못을 지적, 변경을 요구하는가하면 다른 법관들은 이조항의 규정을 무시, 법관 임의로 검찰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등 혼선을 빚어왔었다.
관계 법조문은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298조2항=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할때는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또는 변경을 요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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