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자격 확인' 두고 건보공단 vs 의료계 '격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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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무자격자의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한 확인 작업을 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형국이다.

최근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의 명단을 요양기관에 제공하고, 환자의 건강보험 자격 여부를 요양기관이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료 전에 환자의 자격을 확인해 진료비를 각각 비급여 또는 전액 본인부담으로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급여제한자에 대한 사전관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결정은 최근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자격을 상실한 자가 건강보험을 부당 수급한 사례가 빈번한 것에 따른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 자격을 상실한 무자격자가 건강보험 부당수급을 한 경우는 2011년부터 최근 3년 동안 24만명에 약 220억 원에 달했다.

보험료를 6차례 이상 미납해 급여가 제한된 가입자 164만명이 2006~2013년 12월말까지 부당 수급한 진료혜택 비용도 3조8천억 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사후관리체계를 사전관리체계로 바꾸겠다고 급여제한자 관리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의료계 "공단의 업무태만으로 빚어진 일, 공단이 책임져야"
하지만 이같은 건보공단의 방침에 의료계는 “공단이 해야 할 업무와 책임을 요양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실제 국민건강보험법 제14조에 따르면 가입자 및 피부양자 관리의 일차적 책임과 의무는 공단에게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급여제한자가 부당 수급한 진료내역이 2013년말 기준 1조4581억원에 이르고, 그 중에서 실제 징수한 액수는 고작 340억원(2.3%)에 불과하다”며 “부당 수급하도록 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는 것 역시 공단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사후관리에 관리에 한계가 있어 사전관리를 요양기관에 맡기겠다는 것은 공단 스스로 무능하다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건보공단의 방침대로 시행될 경우 의료기관의 행정력 소모를 초래하고 환자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원협회는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에게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와 불가피하게 본인 부담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지고 자칫 환자의 치료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못한 고단이 오히려 그 책임을 요양기관에 떠넘기는 것은 한마디로 몰상식한 자기 정체성 부정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권력화된 단일공보험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대표적인 폐단"이라고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 역시 10일 성명을 통해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의총은 “의사가 환자를 성심 성의껏 진료 후 진료비를 청구한 것을 단지 환자의 건보자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단이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의사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진료비를 공단이 강탈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이 부착된 건강보험증이나 주민등록증을 환자가 의무적으로 휴대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그 어느 요양기관에서도 환자 본인여부를 알아낼 방도가 없다는 게 전의총의 입장이다.

더불어 “부정수급에 의한 건강보험재정 누수의 거의 대부분이 공단의 업무태만에 기인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부정수급에 의한 건보재정 누수의 책임을 힘없는 요양기관에 떠넘기기 위한 공단의 비열한 술책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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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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