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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에의 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캠프·데이비드」에서 「카터」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이집트」·「이스라엘」 정상회담은 『중동 평화원칙』이라는 문서와, 『「이집트」 「이스라엘」이 평화조약을 체결할 기본원칙』이라는 또 하나의 문서에 조인했다.
이를 계기로 「카터」 미국 대통령은 커다란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오랜 적과 적의 관계를 청산하여 상호인정과 평화공존의 정상관계로 진입할 광의의 원칙과 조건을 마련했다.
이번에 합의된 「평화의 원칙」은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의 주권을 「이집트」에 반환한다는 것과,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엔 5년간의 과도체제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5년간의 과도기간 중 「팔레스타인」 주민대표기구는 교육·종교·수송·통신·보건·사회복지 등 비 군사·비 경찰부문의 행정권을 행사하고, 군정권은 「이스라엘」에, 경찰권은「요르단」에 귀속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5년 후에는 「이스라엘」·「이집트」·「요르단」·「팔레스타인」 주민간의 협의를 통해 주권을 완전히 「팔레스타인」주민에 이양하도록 하자는 점도 아울러 합의되었다.
이 타협안에 이르기 위해 「카터」 대통령은 세계국가로서의 미국의 「힘」을 십분 발휘했으며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주권인정에 양보했고, 「이스라엘」은 점령지 반환에 양보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팔레스타인」 자치권 허용이나 『5년 후 주권 반환』이란 어디까지나 동 지역의 「아랍」 및 「이스라엘」인 등 현재 거주자들을 상대로 한 것이지 PLO나 그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것은 아니다.
5년 후에 주권을 이양 받을 주체 역시 「팔레스타인」인만은 아닌 혼성집단일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또 이 평화원칙 전체도 「이집트」·「이스라엘」 양국간의 합의사항일 뿐, 「아랍」 강경파의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 이점에서 이번 평화「무드」엔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있는 것이며, 「카이로」·「텔아비브」간의 밀월이 시작되는 것과 때를 같이해 PLO와 강경파의 반발 등 또 하나의 분쟁이 싹틀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점령지 내의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는 미결로 남아, 이것을 인정하라는 「이스라엘」의 요구와 그것을 해체하라는 「이집트」의 요구는 앞으로 이번의 평화약속을 백지로 환원시킬 우려마저 없지 않다.
이번의 사태진전으로 중동과 북아의 판도는 미국 주도하에 「이스라엘」과 「아랍」 온건파의 제휴를 축으로 해서 새로운 양상의 「편짜기」로 유동할 공산이 짙어졌다.
양측간의 평화조약은 「이집트」의 노동력과 시장, 「이스라엘」의 고도기술능력,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을 결합하는 유력한 경제권을 길러낼 것이며 이것은 미국과 서구의 세계전략 수행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와 북아에 침투하여 이 지역의 좌경화를 촉진하려는 소련의 전략은 이러한 기운으로 일단 좌절감을 맛보게 되었다. 이에 비해 「이집트」와 「이란」에 외교적 발판을 마련하려고 애쓰던 중공으로선 간접적인 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중동에 진출해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이 지역의 우경적 안정화는 유리한 상황으로 간주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집트」지지. 「이스라엘」반대를 첨예하게 노출시키던 북괴는 「이집트」의 「이스라엘」과의 밀월선언으로 적잖이 당혹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의 평화조치를 이룩한 「이집트」의 입장을 지지하자니 PLO와 「아랍」강경파의 환심을 잃을 것이 우려되고 그렇게 안 하기엔 「이집트」가 너무 아깝다. 이 복잡한 관계의 얽힘 속에서 한국의 대 중동외교도 보다 세련되고 치밀해져야할 단계에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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