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입장(立場)'을 바꿔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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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立場)을 바꿔 놓고 한번 생각해 보자!"라고 말할 때가 종종 있다.

형편이나 처지(處地), 당면한 상황을 얘기하려 할 때 우리는 '입장'이라는 일본어를 아무 생각 없이 너무나 편리하게 사용한다. 하긴 '입장'이라는 말을 쓰면 뭔가 직접적이지 않고 조심스러운 느낌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처지'라는 우리말로 바꿔 써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맥락에 따라 ^원칙^태도^방침^의사나 견해 등 다른 말로 대체하거나, 아예 삭제하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①그는 "큰 위험을 느끼는 대만의 입장(→처지)을 한국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② 정부 불개입 입장(→원칙) 불변

<'입장'보다는 '원칙'이 더 당당해 보인다>

③4자 회담 北의 입장(→태도) 변화 기대

④대통령직인수위에서 나온 개인 의견이 공식 입장(→방침)인 양 보도된다.

<'입장'보다는 '태도''방침'이라고 표현하면 책임의식이 느껴지고 뜻도 명확하다>

⑤ 호주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의 근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반대하는 근거로

<'입장'을 빼니까 글이 훨씬 부드럽다>

자국어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프랑스나 러시아의 어문정책을 따라하지는 못할망정 우리도 가꿔 보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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