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교육과 산업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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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업 구조가 고도화 돼 감에 따라 산업 인력의 공급원으로서 실업계 교육 기관의 질적 강 화 요구는 갈수록 가중되기 마련이다.
농촌 근대화와 중화학 공업의 발전이란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먼저 이를 추진할 기간역군을 체계적으로 양성, 공급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월간 경제 동향보고 회의에서 『농고 및 공고를 국가가 바라는 방향으로 지도 육성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정곡을 찌른 지적이라 하겠다.
사실, 그 동안 우리 나라의 농고를 비롯한 실업계 고교가 지역 개발 사업과의 연계가 미흡 하는 등 사회적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장래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실업계 고교는 우선 교사 수에 있어서 조차 법정 정원의 55% 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각급 학교 중에서도 가장 심한 교사난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학교의 실험 실습 시절 보유 상황도 내부 시설화 40·3%, 외부 시설은60%에 불과하다.
여기다 실험 실습비마저 최소한 필요 경비의 40% 정도 밖엔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실업 교육은 교육 재정·시설·구원을 비롯한 교육 체제의 마디마디에 결함을 안고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느 교육도 다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실업 교육이란 부실하면 성취도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적 요청이나 사회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게 된다.
때문에 실업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특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고 정책은 마땅히 이 문제의 중대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된다.
마침 정부가 농고에 대해서는 「농고 3개년 육성 방안」을 마련, 획기적이라 할만한 질적 개선 방안을 강구키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 있으나 극히 고무적인 사실이다.
전체 취업 인구 가운데 45%를 차지하는 우리 나라 농수산 인구의 대 GNP 기여도가 24%라는 사실은 그 자체가 농업 생산성의 제고와 산업 구조 전체의 개편이 절실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 점, 농업 고교 교육의 개선 방안이 문교부에 의한 교육 내용 자체의 개선과 함께 정부 관계 부처간의 협력으로 전체 산업 구조 개선이라는 연관하에서 입안, 실천되어야 할 당위를 내포한다.
그러나 한편 농업 교육에 비하여 더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공업 교육이다. 산업 사회와의 연관에 있어서도 가장 밀접한 것이 공업 교육이다. 공업 교육은 많은 기계·공구의 다양한 사용 기법을 반복 연습하여야만 숙련된 기능인을 양성할 수 있다.
설사 기계·공구 등 실험 기구가 양적으로 확보되고 그에 따른 실기 교육을 일정 시간 채웠다해도 그 기계나 공구가 구식이라면 성과는 얻기 힘든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공업 교육에는 항상 시설 및 설비 등에 대한 투자는 물론 적시에 최신 기술의 교육 현장 투입이 가능한 탄력적인 지원 태세가 갖추어 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특별 예산을 세워 기존 및 신설 공고에 대한 대담한 투자와 장학금 제도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고졸 학력만으로도 취업이 가능하고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 여건의 조성 등 실업계 고교 진학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유인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실업 교육을 단순히 산업화 과정에서 소요되는 기능 인력의 양적인 공급 수단으로만 여기다 보면, 과잉 공급으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불완전 고용과 저임금에 따른 부작용의 폐단을 면치 못할 것이다.
차제에 관계 당국은 기능 인력의 공급 문제 뿐만 아니라 배출된 인력의 활용과 배치 및 대우에도 보다 깊은 경제적 배려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실업계 고교의 육성책은 교육적 측면과 고용 정책적 측면이 동시에 고려돼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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