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라도 양보 없다" … 마지막 YS계의 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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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어록 가운데 가장 알려진 것이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는 말이다. 2013년 10·30 재·보선 승리로 국회에 복귀한 서 의원을 우정으로 맞은 이가 김무성 의원이었다. 둘은 “아이고!”라며 포옹을 했다. 서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나올 때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두 사람은 정치적 뿌리가 같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출신이다. 새누리당에선 이제 마지막 YS계다.

 차기 당권을 앞에 놓고 격돌한 양측의 분위기가 벌써 뜨거워지고 있다.

 서 의원은 9일 본지 기자와 만나 “형제간이라도 양보라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대엔 경륜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과거의 과오를 거울 삼아 당의 미래를 개척하고 새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 선배와 아주 좋은 관계였다”면서도 “일부에서 2007년 경선에서 서 의원이 (친박) 좌장이었다는데 그땐 내가 좌장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후보들보다 운동원들 간의 자극적 발언 때문에 싸움이 된다”며 “그렇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두 사람은 1984년 YS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서 정치경험을 쌓았다. 서 의원은 당 대변인과 총재 비서실장을 맡으며 YS의 측근으로 부상했다. 김영삼 정부에선 정무장관과 신한국당 원내총무(원내대표)를 지냈다.

 김 의원도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에 이어 최연소 내무부 차관에 올랐다. 그러나 2007년 대선 경선에선 이명박 후보를 지원한 YS의 뜻과 달리 박근혜 후보를 도왔다.

 길이 달라진 건 2008년 총선이다. 친박계가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서 의원은 ‘친박연대’를 만들어 14석을 얻었다. 그러나 곧바로 공천헌금 문제로 구속돼 정치 일선과 멀어졌다. 반면 김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한나라당으로 복귀했다.

 서 의원 측은 김 의원이 친박연대에 합류하지 않은 데 대해 서운해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당시 서 의원은 당을 만들자고 했지만 나는 한나라당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갈등하며 ‘탈박(脫朴)’했다가 지난 대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복박(復朴)’했다. 둘 모두 지난해 재·보선을 통해 다시 국회에 들어온 것은 공통점이다.

 2012년 총선 때 공천에 탈락한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부산 영도 재선거로, 서 의원은 4년간 장외에 머물다가 지난해 10월 화성갑 보선으로 각각 원내에 복귀했다.

 서 의원은 ‘책임대표론’을 내세웠다. 그는 이날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는 여당 대표가 책임을 가지고 정치를 전담해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청와대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외교·국방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천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공천권을 쥐고 과거 발언까지 들춰내 잘라버려선 정치발전이 안 된다”며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나왔다”고 했다. 지방선거의 ‘박심 마케팅’에 대해서도 “이기기 위한 절규였지만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지난달 24일 “청와대 비서실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던 강경 발언의 수위는 낮췄다. 김 의원은 이날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선택사항으로 대통령이 꼭 필요하다면 (유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서·김 의원 외에 나머지 전당대회 주자군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인제 의원이 10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한다. 오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당 개혁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친박에선 홍문종 전 사무총장이 나선다. 쇄신파인 김영우 의원에 이어 11일엔 김태호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다. 여성 몫으로는 김을동 의원의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김희정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에선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설도 나온다.

 ◆명당(明堂)을 차지하라=서청원·김무성 의원은 여의도 대하빌딩 2층과 7층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다. 8층과 9층엔 홍문종 전 사무총장과 이인제 의원이 입주해 있다. 대하빌딩은 정치권의 명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차린 곳이다. 조순 전 부총리, 고건 전 국무총리도 이곳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강태화·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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