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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 경계 1호 페굴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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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손흥민

“손흥민(22·레버쿠젠)은 화염이자 재앙이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과 격돌하는 알제리의 키플레이어 소피앙 페굴리(25·발렌시아)가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 본지는 발렌시아 구단의 협조를 얻어 지난주 페굴리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페굴리는 ‘알제리의 지단’이라 불린다. 지네딘 지단(42)은 알제리 혈통이지만 프랑스를 택해 1998년 월드컵 우승을 이뤄냈다. 페굴리는 지단처럼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청소년 대표를 거쳤지만 부모의 조국인 알제리를 택했다. 브라질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등번호 10번을 달고 3골·1도움을 올리며 알제리의 본선행을 이끌었다.

소피앙 페굴리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혈통을 따라 알제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다. 사진은 2012년 1월 발렌시아 소속으로 비야레알전에서 골을 터트린 후 기뻐하는 모습. [AP=뉴시스]

 - 알제리와 프랑스 이중국적이다. 지네딘 지단,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와 달리 알제리를 택한 이유는.

 “단 한 번도 고민한 적이 없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알제리인이다. 부모의 나라를 위해 뛴다는 자부심이 있다. 알제리는 나의 조국이자 가족의 나라다.”

 알제리는 62년 독립 전까지 132년간 프랑스 식민지였다. 알제리 대표팀의 시초는 58년 민족해방전선이 조직한 팀이었다. 축구로 독립의 당위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 알제리 선수는 애국심이 강한 것 같다.

 “모든 알제리 국민이 함께한다. 국민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어 큰 영광을 느낀다.”

 - 알제리 축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야망·희망·젊음·우월성이다. 큰 꿈을 품은 젊은 선수들이 유럽리그에서 경험을 많이 쌓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알제리의 FIFA 랭킹은 22위로 한국(57위)보다 35계단 높다. 지난해 11월 부르키나파소전. [AP=뉴시스]

 -‘알제리의 지단’이라 불리는데.

 “지단은 축구의 전설이다. 특히 알제리에서 크게 존경받는다. 지단과 비교되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 한국에서 당신은 경계대상 1호다.

 “알제리는 한 명의 선수에게 모든 경기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빌 벤탈렙(20·토트넘)은 재능 있고 미래가 밝은 선수다. 올 시즌 영국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세르히오 아게로(아르헨티나)는 알제리가 2013년 아프리카선수권 8강 진출에 실패하자 “페굴리는 매우 좋은 선수지만 그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실수다”고 지적했다.

 “아게로처럼 훌륭한 선수가 날 높게 평가해 줘 큰 영광이다. 아르헨티나나 포르투갈이라고 해도 한 선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선수의 장점을 모아야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스페인이 좋은 예다.”

 - 바히드 할리호지치 알제리 감독이 월드컵 후 터키 트라브존스 지휘봉을 잡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축구협회와 불화설도 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월드컵이다. 대표팀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미래의 일은 그때 가서 봐야 한다.”

 - 할리호지치 감독이 독선적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당신은 “선수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감독이다”고 옹호했다.

 “그는 규율을 중시하고 세심하게 컨트롤한다. 알제리의 전술 체계를 세웠다. 예선에서 큰 성과를 거뒀고, 본선에도 잘할 것이다.”

 - 당신에겐 첫 월드컵이다. 조 편성은 어떤가.

 “어려운 조다. 한국은 월드컵 경험이 풍부하다. 세계 최고 리그에서 뛰는 중요한 선수들이 있고, 열정적인 플레이를 한다. 러시아와 벨기에도 개인 기술이 뛰어나다. 그러나 알제리는 조 2위 안에 들어 16강에 진출할 거라 열망한다.”

 - 한국 축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개개인도 뛰어나지만 함께 뭉쳤을 때 특히 위협적인 팀이다. 체력이 아주 좋고 압박을 많이 한다. 선수들끼리 많이 도와준다.”

 -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을 알고 있나. 2012~2013시즌 스페인 셀타비고에서 뛴 박주영은?

 “손흥민은 상대팀에 화염이자 재앙이다.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아니길 바란다. 박주영은 특별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스페인 리그에서 뛰었다면 분명 훌륭한 선수일 거다.”

 - 같은 조 에이스인 알렉산더 케르자코프(러시아)와 에당 아자르(벨기에)에 대한 생각은.

 “케르자코프(제니트)는 스페인 등 유럽리그 경험이 많다. 러시아의 에이스로 많이 들떠 있는 상태일 거다. 아자르(첼시)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또한 최고의 선수다.”

 - 알제리-한국전 예상 스코어는.

 “막상막하가 될 것이다. 승부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서 결정된다.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16강 진출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그 다음은 아무도 모른다.”

 알제리의 월드컵 출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82년 스페인 대회에 첫 출전해 조별리그 2승1패를 거뒀지만 서독·오스트리아에 골득실에서 밀려 탈락했다. 86년 멕시코 대회와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나란히 1무2패에 그쳤다.

 - 한국의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었나.

 “전 세계가 뉴스를 계속 지켜봤다. 큰 비극이다. 피해자 가족들과 친구분들께 위로의 포옹을 보내 드린다.”

 - 알제리의 월드컵 준비 과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월드컵 예선을 잘 치렀다. 무지막지한 더위와 열악한 경기장 시설 등 아프리카 여러 조건 탓에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끈기를 가지고 열심히 훈련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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