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썰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앙일보·동양방송 주관으로 북극탐험에 나선 한국극지탐험대는 마침내 전진 「캠프」를 출발, 빙상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1백30마리의 개가 이끄는 썰매에 장비를 싣고 l천㎞를 행진해야 한다. 혹한과 피로와 자연의 악조건-. 탐험이란 바로 그런 것들과의 끝없는 투쟁이며 인내이고 극복이다.
요즘의 극지탐험은 설상차가 개발되어 운반 수단은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탐험대는 그것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기계는 역시 어딘가엔 한계가 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이런 기계차는 한번 고장이 나면 다시 작동하기가 어렵다. 그 수리도 문제다.
그러나 개썰매는 비록 원시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기계가 못하는 일을 해낸다. 개는 우선 후각이 비상하다. 따라서 주위환경의 위험에 민감하며 특히 곰과 같은 맹수의 접근을 미리 알려준다.
극지탐험의 위험중엔 「크리배스」가 있다. 얼음이 갈라져 그 사이에 빠지면 다시는 나오기 힘든다. 개썰매를 이용하면 사람보다 먼저 개가 빠진다. 잔인한 일 같지만 어쩔 수 없다. 개는 가죽의 고삐에 매달려 있어 정작 「크리배스」에 빠져도 건져낼 수 있다.
따라서 탐험대가 제일 먼저 익혀두어야 할 일은 개를 다루는 법이다. 썰매를 끄는 노동견은 「에스키모」종이다. 「래브라드」 지방에서 기른 이 개는 추위에 강하고 활달하며 체력이 강하다. 「우에무라」 (식촌직기)라는 일본의 극지탐험가에 따르면 개를 고르는데는 「묘」가 있다. 그 「묘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의외의 고전을 면치 못한다. 개는 역시 뜨거운 피를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그들 나름의 세계를 존경해주어야 한다.
첫째 한배에서 낳은 개를 모을 것. 그래야 「보스」(두목)의 뒤를 불평 없이 따른다는 것이다. 둘째는 유경험견. 세째는 두살짜리 이상으로 늙지 않은 것.
그러나 개들의 충성심과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발휘시키려면 암·수의 비율에 신경을 써야한다. 「우에무라」의 경험으론 암캐가 한 두마리를 넘어서는 안된다. 암캐가 많으면 긴장이 풀리며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아예 없을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암캐가 있으면 수캐끼리의 쟁탈전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탐험의 꿈도 깨어지기 쉽다.
우리 극지탐험대는 그런 개를 무려 1백30마리나 부려야 한다.
애견가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이지만 썰매를 끄는 개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어떤 탐험가는 개가 자살을 하는 경우도 경험했다는 수기가 있었다. 다음 소식이 궁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