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설을 심는 기능공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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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태헤란」에서 동남쪽으로 비행기로 2시간쯤가면 「겔만」이란 소도시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한국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있다는 「사·체스매」동광건설현장까지는 시속 1백km로 달리는 차로 l시간반쯤 걸린다. 그길을 따라 달리노라면 대한전선기술진이 건설했다는 전선들이 한없이 이어져있다.
곳곳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철근골조물들도 거의가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안내인은 소개했다.
이런 엄청난 발자취를 남긴 한국인이 처음부터 모두 만능 기능공이었던 건 아니다.

<처음엔 「나이롱」>
중동지역에 취업한 한국기능공들의 90%이상은 처음엔 소위「나이롱」기능공으로 9개업종에 걸쳐 진출했지만 이들 모두가 수개월만에 「진짜숙련공」 으로 탈바꿈,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이란」을 떠나 「페르샤」만 국가들을 돌아봐도 한국근로자들의 자랑은 끝없이 계속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항인「제다」 에서 다시 북쪽1km「쿠아디마」 에서 항만공사중인 동아건설의 금원태노무부장은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은 하루의 개념에서 차이가 있다.한국인들은 하루를 24시간으로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은 8시간 정도로 계산할뿐이다』고 했다.

<국왕이한국추천>
처음 한국인들이 「사우디」 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을무렵 한국근로자들은 솔직히 말해 이곳사람들에게 좋은인상을 주지 못했다. 『민간인복장만을 했을뿐 사실은 미국CIA의 용병으로 왔다』는 밑도끝도 없는 소문이 퍼진 일도 있었다.
공항에 처음 내린 우리근로자들이 인솔자가 『인원파악』 하고 외치자 자진해서 일렬종대로 집합,번호를 군대식으로 붙여나가는데다 기숙사의 간판, 조회등 근무요령이 군인과 똑같아 이런 오해를 샀었다.
그러나 한국인 근로자들은「아랍」 토후국연방 수도 「아부다비」 에서 남이 1년반걸린 방파제공사를 4개월만에 해치워버리면서 성가를 얻었다.
「카타르」 에서는 총공비 6천7백만 「달러」 의 화력발전소건설공사의 마지막 3차공정이 한국대림산업에 낙찰된 놀아운 성공을 거두었다.
l,2단계의 공정을 합한것과 맞먹는 3차공사는 전례에 따라 서독업체가 맡을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사우디」왕이 한국근로자들을 추천하여 번복이 됐다는 소문은 이제 전설이됐다.
최일남경리담당사원 (36) 은『지금도 한국인들은 밤11시까지 횃불을 켜가며 일한다』고 말했다.
「쿠웨이트」 항만의 체화를 관리개선으로 깨끗이 해결한 한국인들은 이곳 신문에서 「스마트· 코리언」 이란 제하에 전면기사로 소개돼 국왕이 한국인·근로자 작업현장을 직접 돌아본일도 있었다.
인구의1%가 한국인인 「바레인」 은 도시의 인상마저 마치 한국의 어느 소도시인듯한 착각을 일으키게한다.
영진주식회사에서 항만하역업무를 1년째 하고 있다는 이춘범씨 (40) 는 『한국인들이 너무 많아 국내에서 근무하는 기분』이라고까지 했다.

<고국소식굶주려>
「사우디」의 동부 「다란」 시 국제공항에 이르는 항공기에는 요즘 승객의50% 이상이 한국인 근로자들이다. 이때문인지 항공사측은 우리보다 월소득이 반밖에 안되는 다른「아시아」 인들은 우리근로자옆에 앉지 못하도록 선진국대우를 한다고 근로자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이같은 이국생활에서 모두 고국의 소식이 가장 그립다. 김련태 (46) 「리야드」 한인회회장은 『이곳 국방성간부 「아파트」 공사에 3백13명의 한국인이 일하는데 이들은 모두 고국소식에 굶주려 고국의 신문· 잡지는 아껴가며 돌려 읽고 홍보책자마저 아쉽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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