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질환, 조기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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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정모씨는 임신 전부터 손목과 손가락이 붓고 아팠다. 임신을 하면서 좀 나아지는듯하다가 출산 후 더욱 증상이 심해졌다. 그러다가 오른 손목은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주위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니냐고 해서 검사를 하면 류마티스 인자가 없다고 한다. 심할 때는 집안일을 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하나?

◆ 대표적 여성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고통 크고 남성보다 삶의 질 낮아

류마티스 관절염은 여성에서 더 가혹한 병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7~80%는 여성이며, 여성의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률이 남성보다 약 2~3배 정도 높다. 40대 이상의 중장년 이상의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젊은 여성도 류마티스 관절염의 안전 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많이 발병하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성 호르몬과 임신, 출산 등의 과정이 병의 발병과 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여성의 뼈 크기와 강도, 근육량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근골격계 질환의 발병이 쉽고 증상도 더 심할 수 있다.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남성보다 낮다.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은 수면장애와 피로감을 더 많이 호소한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환자 4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을 느낄 만큼 정신적 고통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하는데 류마티스 인자라는 혈액검사를 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양성이 나오는 것이 아니며 40%는 류마티스 인자가 음성일 수 있다. 반대로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더라도 대부분은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닐 수도 있으니 전문의와 상의하여 확실한 진단을 해야 한다.

◆ 관절이 아픈 병은 류마티스 관절염만 있나?

‘아니다’ 관절이 아프거나 붓는 경우 성별, 나이, 그리고 침범 관절의 분포와 개수에 따라 진단 가능한 류마티스 질환은 여러 가지 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 이외에 혈관염, 베체트병, 갑상선 기능이상, 여러 감염 질환에서 관절염이 생길 수 있으며, 중년 이상의 경우 쇼그렌증후군, 전신경화증, 골관절염, 갑상성 기능이상, 그리고 폐경 후 관절병등이 모두 가능하다. 특정 관절 보다는 전신 통증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섬유근통도 류마티스 내과에서 흔히 접하는 질환이다.

◆ 류마티스 관절염과 골관절염은 다른 질환인가?

‘확실히 다른 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비교적 생소한 질환인데다 골관절염으로 오해하여 병의 조기 발견이 더디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 받은 환자들은 젊은 나이에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골관절염과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골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의 노쇠가 일어나는 것처럼 연골도 지속적으로 마모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무릎, 엉덩이 등 체중을 지탱하는 큰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골관절염이다. 이와 달리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에 만성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정상적으로 방어 역할을 해야 할 면역계가 바이러스 등을 공격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스스로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주로 손가락, 손목, 발가락 등 작은 관절에서 발병하지만 병세가 심해지면 다른 관절에도 쉽게 침범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골관절염보다 무서운 이유는 질환의 빠른 진행 속도와 심각한 합병증 때문이다. 관절 활막에 생긴 염증은 관절을 손상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절 주변의 뼈도 손상 시켜 병이 시작 된 후 1~3년 이내에 관절 조직이 심각하게 파괴될 수 있다. 병이 진행될수록 동맥경화, 골다공증, 세균 감염 등과 같은 합병증 발병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도 치명적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연령이 낮을수록 장기 투병으로 인한 장애, 합병증의 위험성은 증가한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최선의 치료법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곳에 병이 침범할 지를 가늠하기가 힘들고, 병의 진행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된다.

특히 관절의 변형이 시작되기 전에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호미로 막을 수 있던 병이 가래로도 ‘못’ 막을 병이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조기진단과 빠른 치료 대응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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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교수 기자 poh135@schmc.ac.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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