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문화재-"관리에 이상 있다"|잦은 도난 계기로 본 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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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전국 각 사찰에 소장된 중요 불교 문화재의 도난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반 문화재와 달리 때로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까지 하는 사찰 문화재의 잦은 도난은 탱화를 비롯한 각종 불화와 소형 불상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공부 문화재 단속반이 최근 4개월간 (3∼6월) 접수한 도난 신고는 경북·전남 2개 도의 사찰 문화재 도난만도 10여건에 총 42점이나 된다. 이 같은 잦은 도난은 지난 한햇 동안 이들 2개 도에서 일어났던 총 5건의 중요 사찰 문화재 도난 사건에 비해 배나 증가된 것이다.
아직 공식보고 되지 않은 각 시·도의 불교 문화재 도난과 관리 책임 때문에 사암에서 숨기고 있는 것까지를 합한다면 사찰 문화재 도난 사건은 단속반의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 틀림없다.
문공부 당국은 지난 19일 빈번한 사찰 문화재의 도난 사건을 단속하고 도난 상황을 정확히 파악키 위해 불교 각 종단과 시·도 공보실에 보고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도난 신고는 1차적으로 각 시·도 문화재과에서 접수한 후 문공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국보급을 제외하고는 중앙에 보고하지 않는게 관례처럼 돼 있다.
경북과 전남도의 8개 사찰에서 근래 도난 당한 총 42점의 불교 문화재는 모두가 탱화들이다. 각 사찰 별 도난 탱화는 ▲남장사 (경북 상주)=석가 탱화 1점. 나한상 탱화 그림 ▲봉림사 (경북 영천)=탱화 그림 ▲신안사 (경북 청도)=대웅전 탱화 l점 ▲고운사 (경북 의성)=탱화 7점 ▲상주 포교당=탱화 2점 ▲선암사 (전남 승천)=팔상전 후불 탱화 8점 ▲보덕사 (충남 예산)=칠성 탱화 8점 등이다.
과거의 도난 사건은 이 같은 불화 집중과는 달리 청동 불상·동자상 등의 조각품이 주종을 이루었다. 지난해의 사찰 문화재 도난만해도 통도사의 청동 불상 4점, 신흥사 (경북 금릉)의 목조 좌불 l점, 남장사의 동자상 1점, 고운사의 금자 법화경 등으로 탱화는 별로 없었다.
이 같은 탱화 집중 도난은 최근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불화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져 고가로 팔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재로까지는 지정이 안된 탱화라도 「파리」에 나가면 1장에 보통 5백만원은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
폭발적인 「유럽」의 불화 수요 때문에 요즈음 사찰에 소장된 옛 탱화들을 화가에 의뢰해 모방품을 그려놓고 진품을 해외로 밀 반출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가 골동품가에 나돌고 있기도 하다.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불화 「붐」이 대단해 몇 십년된 탱화면 치열한 경쟁이 붙을 정도라는 것.
현재 전국 각 사찰에 소장된 등록 문화재는 총 1만6천여점이나 된다.
최근의 빈번한 불교 문화재 도난 사건은 소장 사찰의 관리 소홀에 원초적인 책임이 있다. 특히 1년 이상 지속되는 조계종단의 내분 등으로 사찰 관리 자체가 엉망이고 스님들의 문화재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단속반의 한 관계자는『소위 「성보」라고 하는 중요 사찰 문화재의 도난 사건에 간혹 스님들이 직접 관계된 예가 없지도 않다』면서 도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장 사찰 승려들의 철저한 문화재 관리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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