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살 돈으론 투기금물|나이 많아도 모험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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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월」가의 증권「세일즈맨」은 새로운 고객과 거래를 시작할 때 꼭 이라고 할 정드로 손님에 관한 조서같은 것을 만든다고 한다. 그 같은 조서에는 이름·생년월일·주소· 가족·재산상황·주택상황·자가용의 댓수·주식투자의 경험연수·생명보험의 가입여부와 그 금액·주식투자의 목적…따위가 기입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단했을 매의「가르레」와 비슷한 것이라 하겠는데「카르테」보다도 더 소상하게 항목별로 기입된다니까 놀랄 뿐이다.
왜 그처럼 상세한 조서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의사가 여러 가지로 기입하는 건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의해서이며 그러자면 환자의 상황을 되도록 소상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주식투자에선 증권회사라는「어드바이처」가 손님의 돈을「어드바이스」하여 주식시장에서 운용한다.
『사람 나고 돈 났다』가 아니라『돈 나고 사람 났다』는 요즘 세상에서 돈은 생명 못지 않게 소중한 것. 그러니 만큼 손님이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손님의 상황을 조사하여 무리가 없도록 배려하는 건 당연하다.
손님의 월수입이 20만원, 저금이 1천만원, 그런 손님이 투기 주에 손대려고 증권회사에「오퍼」를 냈다고 하자. 1천만원 가운데 1백만∼2백만원은 무방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살펴야 할건 그 손님이 자기 집을 마련했는가 여부다. 자기 집이 없으면 투기는 금물이다. 1천만윈의 저금을 통틀어도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운 사람은 위험부담이 많은 투기를 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연령에 따라 다르다. 월수 20만원에 l천만원의 저금을 갖고 있는 사람의 연령이 20대라면 투기를 오히려 해야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50대이며 결혼적령기의 딸이 있다든지 하면 절대로 투기를 피해야한다.
저금과 월수입은 그것이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가족관계나 재산상태, 특히 투자자금의 성격을 잘 밝히고 나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식투자에 얽히는 여러 가지「트러블」은 그와 같이 자기가 놓인 입장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투기에 열을 올린 결과로 빛어 지기 일쑤다.
「월」가의 증권회사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어 손님이 제시한 자료에 따라 그것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 재산 만들기의「홈·닥터」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선 아직도 손님의「카르테」를 만드는 증권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들 투자가 자신이 자기에게 맞는 투자계획을 세우는 등「가드」를 올리고 공격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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