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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vs 진보교육감, 하반기 다섯 번 충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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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청연(인천)·이재정(경기)·조희연(서울) 후보. 이들 세 후보는 6·4 교육감 선거에서 모두 당선됨에 따라 ‘교육혁신연구소’를 공동 설립하는 등 연대를 통해 수도권 교육을 이끌 예정이다. [뉴시스]

오는 19일 서울행정법원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인지를 가리는 1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교육부는 1심에서 법외노조임이 인정되면 시·도교육청에 전교조와의 단체교섭 중단, 전교조 전임자 학교 복귀,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등 후속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6·4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13명의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아 국제노동계의 규탄을 받고 있다”며 반대 입장이다. 이번에 재선된 전북·전남·광주교육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하고 재량껏 처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이 후속 조치를 거부해도 사실상 교육부가 강제할 방안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례가 없어 거부 시 고발할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부와 진보교육감들이 충돌할 교육사안이 올 하반기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교육감 임기 4년 동안 교육정책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1라운드’가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 법체계는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교육감이 교육부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별 도리가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이려면 교육부와 진보교육감의 소통과 함께 관련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7월엔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교육과정 총론과 함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발표한다. 하지만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은 공동 공약에서 ‘친일독재미화교과서 반대’를 못박았다. 정부가 국정화하면 대안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인데 시험이 출제되는 교과서 말고 교육감들이 만든 걸 볼 학생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역사교과서 논쟁이 정치권까지 가세한 이념 공방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교육부는 9월 현직교사 시간선택제 전환을 허용한다. 교육청이 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이석문 제주교육감 당선자 등은 “절대 반대”다. 한국교총과 전교조도 모두 반대하고 있어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희망하는 교사가 있는데 진보교육감이 거부하면 또 다른 갈등이 생겨난다. 같은 달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여부도 정해진다. 진보 당선자들은 자사고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데, 교육부는 전면 폐지에 난색이다.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실명으로 요구한 교사들 징계 문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진보교육감들이 징계에 반대여서 접점을 찾기 어렵다. 교육감이 거부하면 교육부가 이행명령을 내린 뒤 고발할 수 있으나 과거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거부한 교육감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주요 교육 현안마다 교육감이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면 사실상 정부의 정책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혼란을 겪기 때문에 교육계에선 양측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사교과서만 해도 정부가 국정화를 성급하게 추진하면 오해를 살 수 있고 진보교육감들이 별도 교과서를 만드는 것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토론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쟁점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성향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정부는 ‘법대로’만을 고집하고 진보교육감은 명분만 내세우면 현안은 해결되지 않는다”며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만 해도 양측은 물러서고 국회가 현행 법률 개정 여부를 논의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법 손질을 통해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고 따를 것은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탁·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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