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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 7승 선거 불패 "친구야 미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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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가 5일 새벽 청주 봉명동 선거사무실에서 부인 김옥신씨와 포옹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민선 5기에 이어 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7전 7승’.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67·새정치민주연합) 충북지사 당선자가 선거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그는 민선 1~3기 충주시장, 17·18대 국회의원, 2010년 충북지사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까지 19년 동안 일곱 차례 선거에 나서 모두 이겼다.

 이번에는 50년 지기인 윤진식(68·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었다. 이 당선자와 윤 후보는 고향(충주)이 같고 청주고 동기동창(1966년 졸업)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오래 몸담은 점도 같다. 이 당선자는 윤 후보와 2008년 18대 총선(충주)에서도 대결해 이긴 적이 있다.

 이 당선자는 5일 오전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가장 친한 친구와 선거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친구에게 미안하다”며 “대형 이슈가 없는 상태에서 정당 지지도가 낮아 고전했다”고 말했다. 선거무패의 비결에 대해 “진심을 다해 도민을 섬기고 열심히 일한 것 말고 다른 것은 없다”며 “도민들이 지방행정 경험이 풍부한 내가 도 살림살이를 잘할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당선자와 윤 후보는 개표 과정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새벽까지 계속했다. 당선은 이날 오전 6시쯤 결정됐다. 득표율 2.1%포인트 차이의 신승이었다. 이 당선자는 오전에 충북도선관위에서 당선증을 받았다. 도청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고 오후 6시에는 청주 상당사거리에서 당선 인사를 했다.

 이 당선자는 행복도지사를 표방했다. 도민이 행복한 충북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그동안 추진해온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함께하는 충북을 완성해 도민 행복을 위한 100년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도지사 4년의 방향을 ‘기본이 바로 선 도정’으로 정했다. “세월호 참사는 기본이 바로 서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라며 “소방서 중심의 통합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위기관리 전문 보좌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중·고교 교복 구입비 지원, 농작물 재해보험 지원 확대, 충북 순환고속철도망 구축, 중부고속도 진천~청주 간 6차로 확장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1947년 충북 충주시 주덕읍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충북 지역 명문 청주고에 입학했지만 1학년 1학기 때 휴학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가장 노릇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며 생계를 잇기도 했다. 67년 대학(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해서도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학비 마련을 위해 지게로 짐을 나르고 참외 장사 등도 했다.

 71년 행정고시(10회)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다. 충북도 법무관, 강원도 기획담당관, 내무부 행정관리담당관, 관선 충주시장,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실 심의관 등을 지냈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 공직생활 동안 서민이 고루 잘살 수 있는 시책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2010년 충북지사에 당선되면서 스스로 서민 지사라고 했다. 재임 기간 국외 출장 때 비행기 일반석을 고집했다. 선거 홍보물에 등장하는 ‘시종일관’은 ‘가난한 농민의 아들이었을 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다.

청주=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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