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관철된 한국원안 한·미 안보회의 공동성명이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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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엎치락뒤치락 하다>
제1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의 공동성명은 양측이 마련한 초안에 상당한 거리가 있었으나 본회의와 소위원회를 거치는 동안 한국 측 원안에 많이 가까워 졌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배경설명이다.
핵 보장문제를 공동성명에 밝힌 점과 철군보완조치의 선행 또는 병행문제와 철군일정협의를 뒤로 미룬 점등이 한 실례.
특히 한반도가 미국의 핵우산 하에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이라는 문구의 삽입은 지난번 방한한 「브레진스키」미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에게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나 그 동안 몇 차례 엎치락뒤치락하다 최종단계에서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정책상 핵 문제의 언급을 회피하는 것이 상례인데 한국 측은 이것이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어떠한 대한방위공약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끝까지 주장했다고 한국 측 대표단의 한사람이 말했다.
미 다음정부에 재량권
공동성명에 철군일정을 넣지 않고 앞으로 계속 협의키로 한 점과 한반도정세의 변동이 있으면 철군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포함된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2가지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철군일정을 이번 회담에서 합의하지 앉았으나 미국 측의 철군계획은 이미 정해져있고 또 철군이 계속 되는 동안 한반도에서의 급격한 정세변화는 실제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철군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현실론 적 해석이다.
또 하나는 철군원칙에는 변함이 없다하더라도 이를 명문화하지 않음으로써 해마다 열리는 회의 때 한국 측이 철군보완문제를 강력히 주장할 수 있고 또 80년대에 들어 미국의 차기정부가 어떻게 정책을 결정할 지 미국내의 정치적 문제와도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유일하게 유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낙관적인 분석이다.

<주효한 손자병법 인용>
27일 첫날 본 회의가 끝난 후 그 동안 말썽의 초점이 됐던 8억「달러」장비이양법안이 미상원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워싱턴」으로부터 전해지자 한국대표단의 한사람은 『상원의 통과는 이번 안보회의에 맞추어 선물을 준 것과 같다』고 해석하며 곧 하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고 보완조치의 이행을 낙관.
또 이날저녁 한국 측이 베푼 만찬에서는 노재현 장관이 손자병법을 인용,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보완책을 은근히 주장, 미국대표단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분위기 돋운 전투기비행>
회의가 열린 「샌디에이고」시는 태평양을 낀 군항으로 바다에는 항공모함 「콘스털레이션」호 등 수 척의 함정이 떠 있고 상공에서는 해군소속 「제트」전투기들이 자주 폭음을 울려 군사회의장의 분위기를 돋우게 하는 듯도 했다.
회담취재를 위해 UPI·「뉴욕·타임스」·「로스앤젤레스·타임스」·「샌디에이고·유니언」등 미국 신문·방송·통신기자들이 경쟁을 벌였으나 「워싱턴」의 「펜터건」출입기자는 보이지 않았고 미국 신문들의 보도태도도 지난해 서울에서 철군을 처음 협의할 때보다 다소 소극적인 듯했다.

<왜「워싱턴」서 안 하느냐>
한미 안보협의회의는 국방각료회담부터 쳐서 11번째이고 이번까지 미국에서 6번 열렸으나 개최지는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회의를 빼고는 「호놀룰루」에서 3번, 「콜로라도스프링즈」·「샌디에이고」등 모두 미국의 변두리.
이번에 미 본토인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것도 한국 측이 『우리는 매번 서울까지 초청하는데 당신들은 왜 「워싱턴」으로 부르지 않느냐』고 해서 그나마 이곳으로 낙착됐다는 것. 【샌디에이고=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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