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안보 공동「코뮈니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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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1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은 예년에 비해 몇 가지의 중요한 특징을 지니고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한국이 미국의 핵 우산아래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을 재확인한 점이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서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건 미국정부의 오래된 기본정책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외부의 핵 공격으로부터 핵보호를 해줄 테니 핵무기문제는 미국에 맡기라는 것이다.
핵무기 확산금지 조약이라든가,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핵 확산의 우려가 있는 조치를 자제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러한 핵우산 제공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이 시기에 새삼스럽게 이를 재확인한데는 당연한 사실의 재확인 이상의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와 함께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무기가 철수되느냐의 여부는 현재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핵무기의 구체적 배치나 철수문제에 대해서 미국정부는 공개적 논평을 하지 않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핵우산의 제공이란 우회적 표현을 쓸 수밖에는 없는 처지다.
아뭏든 이렇게 라도 미국이 대한 핵 보호를 재 다짐한 것은 지상군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주한 미 공군이 증강된다는 사실과 함께 전술 핵 문제에 대한 우리측의 우려와 상대측의 오산을 일소시키려는 뜻이 있었던 것 같다.
한반도에서 전쟁억지력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전술핵무기의 유지 만한 것이 없는 만큼 이번에 미국이 핵 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확고한 태도를 보인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공동성명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필요하면 철군계획이 조정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했다는 사실이다.
작년 안보협의회에서 철군계획을 확정하면서 양국은 보완조치가 철수에 선행 또는 병행하여 이행된다는데 합의했었다. 다른 말로 하면 보완조치가 선행 또는 병행되지 않으면 철군할 수 없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이렇게 이미 철군계획에는 상당한 융통성이 부여되어 있었다.
이에 더해 이번에는 남북의 군사적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태변화가 있을 경우 철군계획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물론 우리가 이러한 철군계획 재조정 가능성에 과도한 기대를 걸어서도 안되겠지만, 아뭏든 미국의 정책당국자들이 당초의 철군계획에 문제가 있음을 느껴가고 있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1단계 철군계획을 금년과 내년으로 양분한 것은 좋으나, 현재 미 하원에 계류중인 철군보완조치가 승인되기 전에는 3천4백명의 금년 철군계획마저도 당연히 늦춰져야 할 것이다.
공동성명의 마지막 특징은 북괴의 군사력증강이 『공격적』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사실이다.
북괴는 2개의 기계화사단을 완료하는 단계에 있고 전략예비대의 창설·비무장지대의 전투력 증강 등 전차·야포·항공기분야의 공격적 군사력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자면 한미연합작전능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의 자주국방능력을 키워 나가는 길밖에 없다.
2개월 안에 창설될 한미연합사·주한 미 공군의 증강·「팀·스피리트」같은 연합훈련의 확대·전쟁비축물자의 보강 등의 합의는 연합작전능력을 상당히 보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무기체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게 될 무기의 구입 및 방위산업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좀더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면이 아직도 많다.
미국의 대외무기 판매에 있어 차별적 대우라든지 방위산업에 의해 생산된 무기에 대한 과도한 수출통제 같은 건 장기적으로 우리의 자주국방노력에 장애가 될 위험이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협의가 있었으리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안보문제에 대해선 자위력을 지닌 한국이 한반도의 안전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데 대해 미국 측이 허심탄회한 인식을 갖고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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