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사가 크게 바뀐다|4차 인양 신안 유물 화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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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안해저유물 제4차 인양작업이 24일로 중반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3일부터 한달 동안 계속해 온 이번 인양에서는 총 4천1백62점의 유물을 인양, 현재까지 인양된 송·원대 문화재는 1만1천6백56점을 돌파했다.
이번 제4차 인양에서는 세계 최초의 용천요 흑유화분(1점)을 비롯, 중국 도자사의 편년을 바꿀 자료로 될 수 있는 14세기초의 용천비색 청자 3점이 나왔다.
중국인의 것임이 확실한 후두 두개골과 눈썹 뼈 등이 인양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밖에 이번에 인양된 청자 빙렬병(1점), 청자향로(2점), 청자정병(1점), 흑유사이호(2점),청자음각매화 당초문 대접(3점), 청자 양각 운룡문 소주자, 청자 도사형 연적(1점) 천목 수화문 찻잔(1점), 백자 국화문 대접(1점), 산수 초화문 칠기(3점), 교각형 흑색 칠기 목제 벼루(1점) 등 20여 점의 유물은 국보급에 해당하는 귀중한 문화재로 평가됐다.
흑유화분(높이20㎝, 지름14㎝)은 지금까지 인양된 용천요의 청자화분과 형태가 똑같은 것으로 지금까지 청자만 구워냈다고 알려진 용천 에서도 흑유제품을 만들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히게돼 앞으로 세계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게됐다.
용천 비색청자항로와 청자부병은 그 색깔이 지금까지 중국비색청자의 전성기로 알려진 12세기후반∼13세기초기 제품보다도 뛰어나 용천비색의 전성기편년이 14세기초까지 내려오게 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용천 비색청자의 인양은 현재 세계적으로 정해진 중국 도자사의 편년을 바꾸게 될 귀중한 학술적 가치 외에도 유약과 기형이 드문 진품으로 평가됐다. 공개현장을 보기 위해 내한한 독일 「쾰른」동양박물관의 연구관인 황지현 박사(49)는 이번 한국의 원대유물 인양으로 중국의 도자편년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은 거의 틀림없다고 말했다.
산수 초화문 칠기는 붉은 색의 칠에 흑색과 황색의 산수를 비롯한 꽃 그림을 안팎으로 그려 넣어 아주 수려했다. 이들 칠기는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했으나 햇볕에 내놓으면 칠이 파괴될 우려가 있어 앞으로 특수 보존처리를 한 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교각형 칠기 벼루는 먹을 가는 부분과 물을 담는 부분이 작은 구멍으로 연결돼 물이 서서히 벼루 속으로 내려오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져있다.
청자 빙제병은 2중의 유약을 칠해 구워 균열된 금이 굵은 것과 가는 것으로 나타나있고 그 형태와 유약의 질이 남송의 관요 인 교단과 수내가관요 계통의 것과 같았다.
천일백연 대접은 흔히 중국 북부지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번 인양으로 남방의 용천 이나 절강성지방에서도 나왔던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
동제 국화문잔 및 잔대는 명 대 경덕진요에서 많이 나오는 문양으로 명의 국화문은 원대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밝히게 될 것 같다고 정량모 중앙박물관 수석 학예관은 말했다.
침몰선의 선미부분에서 지난 19일 발견돼 인양한 후두부 두개골은 개펄10㎝정도의 깊이에 묻혀있었다. 유존상태가 좋은 이 두개골은 길이 1백87㎜·너비 1백46㎜로 인류학상의 장폭지수가 78%로 중두에 속했다.
한국인과 「코가서스」인은 단두이나 중국인은 중두이므로 이 두개골은 중국인의 것임이 틀림없으며 따라서 침몰선의 선원은 모두 중국인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글 이은윤 기자·박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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