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탈 벗는 중공의 문호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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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은 최근 산 동성의 명승지 태산에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더 많은 서방관광객을 유치, 외화를 조금이라도 더 벌려는 속셈인 것 같다.
외국인의 국내여행을 엄격히 규제했던 과거의 중공정책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개방정책은 놀라운 변화다.
이것은 모택동 사후 변모해온 중공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내 줄 뿐 아니라 중공이 추구하는 현실주의의 지향목표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경승지의 개방을 통해서라도 외화수입원을 개발해야겠다는 온건파가 중공지도체제의 중핵을 확고하게 장악, 「4가지(농업·공업·국방과학 및 기술)근대화」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중공실상이다.
중공을 서기 2천년까지 선진국대열에 세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중공은 적어도 4천억「달러」의 자본투자를 해야한다. 이선념 부수상은 최근 중공의 외화보유고가 20억「달러」정도라고 말했다. 자본이 엄청나게 부족하다.
경공업분야와 「미사일」등 일부 국방과학분야를 제외한다면 산업시설이나 과학기술분야는 아주 뒤떨어져있다. 모택동 시대의 자력갱생원칙이 더 이상 통할 수가 없게 됐다.
화국봉 등 중공지도층의 나들이(외교)가 금년 들어 부쩍 활발해진 것도 대소 견제외교라는 측면이외 에도 이와 같은 중공의 활발한 문호개방의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부존자원의 가용이라는 성격을 띈 비경의 개방이 대중들에게 사회주의정신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쯤이야 참아야 하게 된 것이다. 중공은 지금까지 대외자본에의 예속을 우려, 금기시해 왔던 대외차관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있다고 이선념은 지난13일 완곡하게 시사했다.
최신설비만 갖춰진다고 근대화가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양성이 뒤따라야 한다. 당성위주의 인재양성정책이 철폐되고 지난해 12월 문혁 후 처음으로 전국 88개 대학의 입학시험이 시행됐다. 2천대 1의 관문이었다. 해외화교석학들이 초빙되고있다. 주자 파(자본주의의 길을 걷는 사람)로 연구실에서 쫓겨났던 전문가·학자·예술가·기술자들이 복권되고 학문의 자유로운 토론이 허용됐다.
그러나 대중의 누적된 불만을 풀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60년 초에 정해진 이후 한번도 인상되지 않은 임금이 금년 초 평균10%이상 인상됐다.
그것만으로는 노동자들의 낮은 생산성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하다.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한 중공의 근대화가 요원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독소라고 배척 됐던 「보너스」제도가 도입됐다. 중경기계공장은 「보너스」제도를 도입한 후에 노동생산성이 50%나 신장됐다고 자기들끼리 추켜 올리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 4월『봉급차이를 부인하는 것은 각자에게는 그 노동량에 따라 급료를 지급한다는 사회주의원칙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산장려금제도를 옹호했다.
북경의 경산공원에는 포옹을 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점차 늘어난다고 외신은 전한다. 반동사상가라고 격렬하게 비난을 받았던 공자가 새로운 평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도층과 인민들에게 다같이 반목과 대립을 조장하고 현대화를 저해하고 노동생산성을 약화시키는 계급투쟁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대중들에게 영합하는 현실주의 정책이 강화된 것이다.
중공이 서기2천년 대에 미소에 버금가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화국봉·등소평 체제의 지상과제이며 그들 양자를 떠받치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태산의 「케이블·카」설치와 같은 채찍질보다는 당근을 미끼로 던지는 실용주의정책은 앞으로도 중공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 결과 중공이 보다 온건한 세력으로 내외에 비치며 근대화위주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것은 이제 한층 뚜렷해 졌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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