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파워 잠재운 '진돗개' … "반대편 의견도 들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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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북도지사 당선자(왼쪽)와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가 4일 밤 당선이 확정되자 범어동 당사에서 꽃다발을 걸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진돗개’ 권영진(51) 새누리당 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됐다. 잘못된 일을 보면 바로잡힐 때까지 끝장을 보는 그의 성격 때문에 선거캠프에서 붙인 별명이다. 그가 대구시장으로서 진돗개처럼 매달릴 문제는 경제다. 권 당선자는 “시장이 발로 뛰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3개, 중견기업 50개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청년창업 펀드 1000억원 조성, 전통시장 특성화, 창의 교육도시 만들기 등을 차근차근 추진해 대구를 희망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구 민심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는 새누리당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친박’ 서상기 의원 등을 물리치고 후보가 됐다. 그러나 본선에선 곤욕을 치렀다. 20년간 전국 최하위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등 어려운 경제사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여당이 한 게 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권 당선자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변화와 혁신에 대한 대구시민의 열망을 확인했다”며 “능력에 따른 인사로 공직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또 있었다. 선거 초반 낮은 인지도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쟁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56) 후보는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고 2012년 총선 때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얼굴을 알렸다. ‘(여당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여당 도시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40.4%를 득표했다. 그러나 권 후보는 대구에서 고교 3년을 다닌 것이 전부였다. 이후 서울로 진학했고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줄곧 서울에서 활동했다. 이 때문에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거운동 기간 여론조사 결과도 신경을 쓰이게 했다. 선거운동이 가열되면서 10% 안팎의 지지율 차를 보였지만 일부 언론사의 조사에서는 박빙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과 여당의 잘못으로 대구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변화’ ‘혁신’을 내세우며 대구를 개조하겠다는 점에서는 목청을 높였다. 새누리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 가덕도에서 회의를 열었을 때는 “신공항을 가덕도에 짓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앙당에 강력히 항의했다. 야당 후보만큼 공세적인 그의 태도에 시민들은 “여당 후보가 맞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권 당선자는 대구 청구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나왔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시장 출마 선언은 지난 1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알몸마라톤대회에서 했다. 칼바람 속에 웃통을 벗은 채 10㎞를 완주하면서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여당 텃밭이라는 대구였지만 야당 후보의 선전으로 선거 막판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김부겸 후보가 탤런트인 딸 윤세인(27·본명 김지수)씨와 선거운동을 하며 주목을 받을 때 그는 “공군 병장으로 복무 중인 저의 아들이 더 자랑스럽다”고 맞받았다. 권 당선자는 “앞으로 시민원탁회의를 만들어 반대편에 섰던 시민의 의견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그와 치열하게 다투었던 김부겸 후보는 “권 후보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좋은 시장이 되어 대구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강렬한 요구에 잘 응답하는 행정을 펼쳐주길 기대합니다”라고 덕담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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