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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곳 중 7곳 판단 유보 … "출구조사는 아예 잊어버리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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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BS·MBC·SBS 방송 3사와 미디어리서치 등 3개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는 ‘판단 유보’가 대부분이었다. 6·4 지방선거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방송 3사 여론조사는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가운데 7곳(부산·인천·대전·경기·강원·충북·충남)을 접전지역으로 발표하며 사실상 예측을 유보했다. 어느 때보다 여야 접전이 치열했지만 전체 41%를 승패가 뒤집힐 수 있는 접전으로 발표한 것은 20억원가량의 막대한 비용을 들인 조사 결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방송 3사는 5곳(서울·충북·충남·경남·제주)을 경합지역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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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개표 결과도 출구조사와는 격차가 있었다. 충남의 경우 출구조사에서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를 1.7%포인트 박빙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와 ‘경합’지역으로 분류했지만 오후 10시30분쯤 안 후보가 8%포인트 이상 앞서며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구조사에서 경합지역으로 나온 대전도 권선택 새정치연합 후보가 일찌감치 6%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였다. 이 같은 결과가 이어지자 개표방송을 전하던 SBS 김성준 앵커는 “아예 출구조사 결과는 잊어버리고 개표 상황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는 출구조사 결과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가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에게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개표 결과 밤 12시50분 현재 남 후보가 2.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총선에서도 방송사 합동 출구조사 결과는 정확성 논란을 불렀다. 5차례 총선에서 21~39석의 오류가 있었다. 지난 19대 총선의 경우 방송 3사는 최대 25석가량의 예측 범위를 두고도 결과를 맞히지 못했다. 70억원의 비용을 들여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였다. 이는 승패가 확실히 예상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보험 들기’식 예측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예측 결과가 빗나갈 것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접전지역을 많게 발표하는 것도 승패가 뒤바뀔 것을 고려한 보험일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선거 결과가 빗나갈 경우 여론조사 기관의 부담이 크기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유혹이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은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조사 결과를 ‘보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 전국 단위 선거로는 처음으로 사전투표제가 실시된 게 출구조사의 결과 예측을 어렵게 한 측면도 있다. 사전투표율은 11.49%로 최종투표율 56.8%(추정)를 고려하면 5명 중 1명은 출구조사 표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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