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들 5년간 1794억원 … 건강보험금 부당하게 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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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부의 노인요양병원 관리 부실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생해 21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사고가 계기다.

 환자 안전문제만 심각한 게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도 줄줄 새고 있다. 진료비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청구하는 등 요양병원이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요양병원이 부당 청구한 진료비는 1794억원(2만2000여 건)이다. 2009년 89억원(1만2000여 건)에서 5년 새 20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의료기관 부당 청구액에서 요양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0%에서 70%로 뛰었다.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건강보험 누수의 주범으로 떠오른 것이다.

 적발된 진료비 부당 청구 유형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실제 일하지도 않는 직원 숫자를 서류상으로 부풀리기 유형이다. 둘째, 의료인이 아닌 병원 실소유주가 의사를 ‘바지 사장’으로 고용해 병원을 차리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 유형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다음달까지 경찰과 합동으로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을 포함해 전국 요양병원 1289곳을 특별점검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환자 안전 논란이 일고 있는 환자의 신체 억제대 사용 요건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 전국 요양병원과 보건소에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지침’을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환자 상태를 평가해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등 문제행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으면 본인 또는 보호자 동의를 받아 신체 억제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두 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욕창 방지를 위해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복지부 지침이어서 어기더라도 구속력이 없었다. 사고가 난 효사랑 요양병원도 평소 환자를 묶어 관리했다는 억제대 오·남용 의혹을 받고 있다.

 곽순헌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억제대 사용 요건과 행정처분 근거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의료법에 구체적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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