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이라크 과도정부 이르면 8일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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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은 이르면 8일 이라크 남부 무역항인 움 카스르에서 이라크 전후 과도정부의 잠정적 행정기구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 신문인 옵서버가 6일 보도했다.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미국이 과도정부 수립을 서두르는 것은 전후 이라크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이라크 국민에 대한 사담 후세인 정권의 영향력을 조기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이라크인 주도의 전후 처리를 주장하는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과 유엔 중심의 재건을 추진하는 유럽연합(EU) 등과 차이가 커 논란이 예상된다.

신문은 "미 국방부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마련한 조기 행정기구 출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유엔의 역할이 필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도 지난 4일 "이라크 재건에서 유엔이 중요한 역할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럼즈펠드 장관의 안에 따르면 제이 가너 이라크 행정청장 내정자 등 미국인이 주도하고 이라크 망명객이 참여하는 형태로 과도정부 행정기구가 구성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6일 인터넷판에서 네이선 존스 행정청 임시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가너 청장이 과도정부 수반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존스 대변인은 "과도정부의 임무는 이라크 지원과 재건, 민간정부 구성"이라며 "미 국방부는 잠정 행정기구에 미국인을 책임자로 해 23개 부서를 두고 부서마다 4명의 이라크인 자문관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도정부 행정청은 청장 직속으로 3명의 자문관을 둬 각각 재건.행정.구호 업무를 맡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관은 망명자 출신의 전직 이라크 고위 관료와 법조인들에게 담당케 할 예정이다.

일부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은 겉으로는 미국 주도의 과도정부 수립에 반대하면서도 직속 자문관 자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은 말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인 아마드 찰라비와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회의(SCIRI) 의장인 무하마드 알 하킴, 입헌군주운동(CMM)의 샤리프 알리 등이 자문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세 명은 이라크 내 쿠르드족과 시아파.왕족을 각각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들 외에도 이라크 반체제 인사를 직속 자문관으로 등용해 그들의 능력과 협조도를 평가한 뒤 앞으로 설립될 '이라크 민주정부'의 수반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도정부는 또 이라크를 바그다드 중심의 중부지역과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북부지역, 시아파 근거지인 남부지역으로 나누고 이미 세명의 미국인 주지사를 각각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이라크 내부와 EU 등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6일 이라크 최대 반체제 단체인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 대변인이 "미국 주도의 과도정부 구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지난 2일 하원에서 "외국인이 이라크 정부를 직접 운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이라크는 다국적군이 참여해 치안과 재건을 분담한 아프가니스탄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독일.러시아 등 반전 국가들도 미국이 전후 이라크 처리를 주도하는 것에 반대하며 유엔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서울=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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