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불이 마침내 점화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가 20일 준공을 보게 된 것이다.
<천5백억 들여 7년만에>
이미 지난 4월29일자로 건설회사인 미국의「웨스팅하우스」사로부터 인수하여 상업발전을 시작한 고리 발전소 1호기가 준공식을 갖게 됨으로써 본격적인 원자력 시대의 막이 열리게 된 것이다.
1956년 9월 영국의「칼더·홀」원자력 발전소가 세계최초의 상업발전을 시작한지 22년만에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21번째의 원자력 발전 국가로 등장했다. 77년 말 현재 세계의 원자력발전소 설비용량은 약 1억5백43만kw 원자로 수도 2백여 기에 달한다.
건설중인 원자로만도 2백44기에 달해 80년대 초반이 되면 5백기로 배증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처음으로 구상한 것은 62년 11월.
당시의 원자력원안에 원자력 발전대책 위원회를 설치하고 세계 각국의 원자력기술개발상황을 조사, 검토하기 시작한지 16년만에 결실을 보았다.
현재의 고리발전소가 입지로 선정된 것은 68년 5월로 벌써 10년 전의 일.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양산군 장안면 고리로 부산 동북방 35km, 울산 남방 25km의 지점이다.
이곳은 동해안에 있는 작은 반도로 64년부터 68년까지 전국적으로 조사한 18개 후보지 중에서 지질·기상조건·골재 원·용수 및 해상조건 등 이 가장 좋다고 판단되어 입지로 확정됐었다.
고리는 원자력발전 입지조건으로 가장 중요한 기상조건이 맞을 뿐 아니라 견고한 암반으로 되어 있고 발전소 운전에 필요한 일당 1천2백t의 공업용수와 초당 40t이 소요되는 냉각수를 바닷물로 이용할 수 있어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원자로 속에서 핵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되는 열을 이용하여 수증기를, 만들고 수증기의 힘으로「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
<연료비, 화력의 3분의1>
화력발전소의 화로 및「보일러」에 해당하는 부분이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로 대치되어 있고 연료가 다른 것이 특징. 발전용 핵연료는 천연「우라늄」이나 농축「우라늄」을 쓰고 있으나 고리 발전소는 경수로이기 때문에 농축「우라늄」이 사용된다.
「우라늄」1g이 완전히 핵 분열될 때 발생하는「에너지」는 석탄으로는 3t, 석3㎘, 천연 「가스」6백입방m가 연소할 때 생기는「에너지」와 맞먹어 한번 연료를 장전하게 되면 수년간 사용이 가능하다.
발전 원가로 볼 때 원자력은 kw당 9원21전이나 화력은 16원에 달하고 있고 특히 연료비는 원자력이 3원 54전, 화력은 11원13전이 들어 원자력 쪽이 화력보다 연료비에 있어 3분의1밖에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전체발전량 6백59만kw의 8·9%에 불과한 원자력 발전 비율을 오는 91년까지는 40%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l8기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2천년 대까지는 46기.
고리 발전소가 국제 입찰을 거쳐 기공식을 가진 것은 71년 3월.
7년간의 공기 중 동원된 연인원만도 1백87만1천4백 명에 달하며 공사에 소요된 ▲「시멘트」2만7천6백t(약 70만 부대) ▲철근 8천t ▲철골 3천5백t ▲골재 20만입방m에 달하고 있다.
<전공정 2년 앞당겨 완성>
총 공사비 1천5백60억 원은 66년 도의 우리나라 총 예산액과 맞먹는 규모.
예산도 많이 들었지만 첫 원자력 발전소라는 점에서 건설과정 중에「에피소드」도 많았다.
핵연료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던 용접사가 핵연료의 뇌관에 해당하는 중성자「소스」 를 용접하는 도중 혹시 자신에게 방사선이 쐬지 않을까 하여 감쪽같이「증발」해 버린 사건이 있는가 하면 핵연료가 부산항에 들어와 고리까지 운반될 때에는 차량통행을 전면 금지 시킨 채 한밤중에 병원「앰뷸런스」·소방차·경찰호위 차가 동원되기도 했다. 공기 단축을 위해 구정전야에도 철야작업을 계속했으며 기계고장으로 순수제조에 필요한 황산공급을 하지 못하게 되자 20여m가 넘는 건물꼭대기를 양철통에 황산을 담아 운반하는 위험을 치르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보통 발전소 건설에 9년 정도가 걸리나 우리는 2년 정도를 앞당기는 기록을 수립했다. 【글=고흥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