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개인·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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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와 개인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가는 쉽지 않은 문제다. 「월드·컵」 대회에서 예선 탈락한 「프랑스」 축구 「팀」은 이 문제에서 개인 우선을 내세웠다. 「프랑스」는 대 「이탈리아」전에서 2대 1, 「아르헨티나」전에도 2대 1로 졌다.
평소 친선 「게임」에서 이겼던 「프랑스·팀」이 왜 졌을까. 열심히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뛰지 않았을까. 돈 때문이었다.
「프랑스」 선수단은 「프랑스」 최대의 「스포츠」기구 「메이커」로부터 많은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붸노스아이레스」로 떠났다. 그런데 막상 「게임」 시작 하루 전에 통보된 돈의 액수가 너무나 적은데 선수단은 격분했다. 「아디다스」라는 「스포츠」기구 전문 「메이커」의 축구화를 신고 뛸 선수단은 「게임」당 불과 3천6백「프랑」 (약 40만원)을 내놓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선수단 측은 예선 3「게임」에 선수 1인당 1만「프랑」 (약 1백10만원)을 요구했다. 대 「이탈리아」전이 시작되기 몇시간 전에 「아디다스」 회사는 『그러면 그만 두겠다』고 회답했다. 「게임」 시작 3시간 전까지 돈 문제로 왈가왈부했던 선수들의 다리에 힘이 빠졌다.
뛰지 않고 돌아온 「프랑스」 선수단은 귀국하자마자 박살날줄 알았다.
그러나 「피에르·소아송」「스포츠」상은 『직업 선수들이 돈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논평, 선수단을 두둔했다.
「프랑스」인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약간 심했다』『돈 때문에 안 뛰었다니 치사하다』는 정도의 반응이다.
하지만 재불 한국 교포들의 반응은 퍽 대조적. 『뭇매를 맞아야한다』『능지처참』 등 격렬하기 짝이 없다.
또 돈 문제의 진원지인 「아디다스」라는 회사가 「데모」로 파괴당할 것 같지만 전혀 조용할 뿐이다.
개인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시민 정신이 정착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나 애국심이 때로는 개인주의에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는 우리들 통념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된다. <주섭일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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