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생산 줄이기로 |수요 줄어 농가서 경작 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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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리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 정부는 식량생산정책의 전면적인 재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20일 농수산부에 따르면 그 동안 계속된 쌀 풍년과 정부의 쌀 소비 억제정책 완화에 따라 지난해부터 쌀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 작년 1·4분기 중의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이 3백63·1g이던 것이 올해 1·4분기 중에는 6·1%가 증가한 3백85·1g을 기록했다.
반면 보리 소비량은 작년 1·4분기 중의 77·6g에서 올해에는 48·5g으로 37·5%가 감소했다.
이처럼 쌀 소비가 늘고 보리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지난 연말부터 7분도 및 혼식 폐지·쌀 막걸리 생산 등으로 쌀 소비가 촉진된데 비해 국민소득의 증가로 맛없는 보리쌀에 대한 수요가 감소된 때문이다.
보리소비의 감소로 쌀을 비롯한 주요 농수산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도 보리쌀 도매 값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78kg들이 가마당 1만1천5백 원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보유량도 19일 현재 1백73만 섬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만 섬 이상을 보유하고있는 실정이다.
한편 농가에서도 보리 경작을 기피,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하여 보리심기를 권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리 심는 면적은 68년의 89만4천 정보에서 78년에는 69만6천 정보로 20만 정보가 줄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농수산부는 더 이상 보리경작을 강제하는 것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 점차적인 보리감산을 골자로 하는「보리생산대책」을 마련, 농수산부 정책심의회에 올려놓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 나라의 보리재배 면적은 지금처럼 행정력을 동원한다 해도 80년에는 45만5천 정보, 86년에는 30만 정보로 감소될 것으로 보이며 1인당 연간 소비량도 작년의 37·5kg에서 80년에는 30·9kg, 86년에는 20·7kg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농수산부는 보리 생산을 줄이는 대신 밀·호밀 등을 심도록 할 것을 구상하는 한편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쌀의 생산을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나 쌀 생산 증대에 대해서는 경제기획원 등 관계부처 간에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농수산부는 보리쌀을 단계적으로 줄이더라도 전체 식량 부족율이 25%에 달하는 점을 지적, 급격한 감소는 막아야하며 따라서 하곡 수매가는 높은 선에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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