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로로르」지 매매 싸고 불 정치계 술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프랑스」 언론계는 지금 「르·피가로」와 함께 조간지의 쌍벽을 이루는 「로로르」 (여명이라는 뜻)지의 매매를 둘러싸고 화재를 뿌리고 있다. 1897년에 창간된 이 신문은 현재 최대의 섬유「그룹」 회장인 「마르셀·부사크」가 사주로서 섬유 산업이 도산 위기에 직면하자 『누구든지 사가라』고 내놓았다.
그러나 「에르상」이란 정치인이 「르·피가로」를 산 이후 퇴조를 불면하면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로로르」지의 매매에 정치성이 개입함으로써 새로운 사주가 누가 되는가에 「미스터리」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래 이 신문은 「미라지」전투기 제작으로 명성을 떨치는 「마르셀·다소」「그룹」이 인수할 예정이었다.
현재 34만부를 발행하는 이 신문이 「다소」로 넘어가면 「마르셀·다소」 회장이 골수 「드골」파이기 때문에 「지스카르」 대통령의 우파 「라이벌」인 「드골」파 총수에다 현「파리」 시장 「자크·시라크」에게 결정적인 선전 기관을 제공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가 「다소·그룹」이 인수하는 것을 저지했다는 후문들이다. 「지스카르」파는 「프랑스」 지성의 독보적 존재인 「르·몽드」지를 타도하기 위해 작년 9월 「나는 알린다」 (쟁포름)는 일간지를 창간했다가 불과 4개월만에 독자의 외면을 받아 문을 닫은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이 유력 조간지를 경악하려고 한다는 관측들이다.
「로로르」지는 창간 당시만 해도 반군사적 평화주의를 내세웠다. 「에밀·졸라」가 「드레퓌스」 대위 사건으로 여론이 반 유대적 격분을 자아냈을 때 『나는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포르」 대통령에게 공개 상을 발표한 것도 바로 이 신문이었다. 당시 논객 중에는 「졸라」 뿐만이 아니라 수상을 지낸 「클레망소」와 「로쉬포르」등 초 거물들이 논진을 펴고 있었다. 1914년 1차 대전의 첫 포성과 함께 문을 닫았던 이 신문은 반「나치」저항 운동의 일환으로 1944년 다시 발간되기 시작, 1944년 「파리」 해방과 함께 지상으로 나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졸라」시대의 평화·진보와는 달리 1951년 동서 냉전 시기에 현 사주 「부사크」가 74%의 주를 사들임으로써 이 신문은 반공적 보수주의로 전환했으며 친여계 신문으로 발판을 굳혀왔다. 1백25명의 기자들과 5백여명의 인쇄 공장 직원이 일하는 이 신문의 운명은 이제 사주의 파산 상태로 풍전 등화 격이 되었으며 더욱 「드골파」와 「지스카르」파의 정치싸움의 제물이 될지도 모른다. 「시라크」나 「지스카르」가 81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신문에 군침을 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새 사주는 양파 중 승리하는 쪽에서 앉히게 되겠지만 영향력 있는 「파리」의 대 신문이 추악한 정치 분쟁에 희생되어서야 되겠느냐는 「프랑스」 언론가의 안타까운 비판들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