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교통지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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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버스」와「택시」를 비롯한 대중교통요금은 연거푸 올라도 대도시에서 승차를 둘러싼 부정은 오히려 가중되고만 있는 느낌이다.
요금인상 첫 날에도「택시」는 여전히 승차거부·합승행위를 일삼았는가 하면, 그저께는 만원「버스」안에서 등교 길의 여중생이 변사한 참사까지 빚었다.
최근의 교통난은 문자그대로「교통전쟁」이자「교통지옥」이란 표현이 오히려 부족할 지경이다.
국민생활의 모든 분야가 발전되고 편리해 진다는데 유독 도시교통 문제만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니 그 이유는 무엇이며 과연 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기왕에도 교통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된 도로율의 제고·신호체제의 개선, 그리고「버스」·「택시」등의 대폭증차 등등 그 어느 한가지치고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이런 방안들의 대부분은 말하자면 대중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교통문제는 이제 국가전체의 총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실천이 가능한 중요한 정책 결단의 문제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데 맹점이 있지 않을까.
실상 문제의 핵심은「교통전쟁」이라는 표현이 유행된 지 벌써 십수년이지만 오늘에 있어서도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한 이 같은 결단이 왜 내려지지 않고 있느냐에 있다.
다른 모든 난제해결에 있어 그렇듯이 이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사실그대로 인식하는데서부터 출발해야한다. 관계당국자나 자가용 족들이 동료시민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가짐을 갖는데서부터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알다시피 오늘날 우리나라 대도시 가운데서도 특히 서울의 교통난은 이미 지상노면 교통대책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따라서 국가가 최우선사업으로 대중교통 수단의 근본적인 혁신방침을 채택하고 이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총력을 쏟아야할 것이다.
이와 같은 근본적 혁신의 필요성은 관용 몇 자가용 승용차만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실감있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그래서 우선 권하고 싶은 것은 단 1주일 동안이라도 이들이 출·퇴근길에 승용차를 버리고「버스」에 올라 동료시민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다. 그들이 만일 「버스」를 타고 급정거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직접 터져 나오는 어린 국민학생들의 비명을 들어보고, 여학생이 질식해 숨지는 목불인견의 현장을 몸소 겪어본다면 이들의 정책결단에의 의지나 시민의식이 이토록 소극적일 수 없을 것이다.
대중교통수단의 혁신이란 말할 것도 없이「버스」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교통「패턴」을 효율적인 지하철 중심으로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정책적 우선 순위에서 언제나 뒤로 밀려 그 해결을 서울시나 일부 민간기업에만 맡기려하고 있지 아니한가.
지하철과 같은 대규모 교통시설을 완비하는데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어느 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만 가지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어렵고도 시급한 과제가 뒷전에 방치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교통난을 당하고 있는 시민의 고통이 국가정책 입안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탓이라 할 수 있다.
도시교통행정이 시민의 대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보다 수송효율이 가장 낮은 관·민자가용의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설명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유관 중앙관서는 당면한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중앙정부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이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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