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슬픔 문화회관을 세운다|대구대명동 이영상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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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을 불우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한 어머니의 숭고한 뜻이 시민을 위한 문학회관을 세운다.
대구시 대명동 690의 5 공터에는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흙을 개고 벽돌을 나르는 고마운 어머니 이영상씨(37·대구시 남구 대봉동145)의 애틋한 정성을 볼 수 있다.
72년 10월10일, 6년 전 이씨는 온갖 재롱으로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맏딸 유진 양 (당시3세)을 잃었다. 집 근처인 전 제일예식장 공터에서 동네꼬마들과 그네를 타고 놀던 유진 양은 잘못 그네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쳐 숨졌다.
괴로운 나날이 계속된 5개월 후 어느 날 이씨는 주위의 한 교인으로부터 우연히 성경의 한 구절을 듣게 되었다. 『하느님은 결코 쓸데없는 고통을 주지 않는다』
유진 양에게 쏟았던 사랑을 보다 많은 불우한 이웃에 기울인다면 딸의 죽음을 곱게 승화시키는 길이요, 어린 고 혼도 엄마의 뜻을 고맙고 기쁘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80여명으로 2천여 만원. 76년 5월에는 대구 YMCA가 벌인 무료진료사업을 돕기 위해 유산으로 받은 대구시 서구 성당동 236 지상 2층(시가 2천5백 만원)의 건물을 희사했다.
그 동안 이 같은 일은 모두 익명이거나 타인의 이름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76년 5월 제1회 대구시민축제 때 자랑스런 시민으로 표창을 받게 됨으로써 이씨의 모든 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재정적 도움을 주어 왔던 이씨는 이제부터 지역사회전체에 정신적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남편 정하상씨(45)와 의논 끝에 문학회관을 세우기로 하고 딸 유진 양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1억 원을 들여 짓기로 한 이 유진 기념관은 대지 1백21평에 건평 3백 평으로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이 완공되면 주부교실과 미술개인전람회장·문화재전시장·학술「세미나」장·강연회장·청소년 및 근로소년 지도교실 등 이 들어선다.
유진 기념관은 어머니 이씨의 보람과 대구시민들의 축복 속에 오는 9월6일 유진 양 생일날에 개관식을 갖는다. 【대구=이상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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