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잡는 파전·콩국수 … 오미자 수박화채는 배탈 막아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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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에선 30도가 넘는,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위를 잘 견디려면 균형 있는 영양 섭취와 적당한 운동·휴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찬 음식만 찾다가는 입맛을 잃고 몸이 냉해져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다.

한방에선 더울 때 찬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배탈·설사가 나므로 따뜻한 음식을 즐길 것을 권한다. 여름은 연중 양기가 가장 성(盛)한 시기이고 인체의 양기도 가장 왕성해져 양기의 활동 영역이 피부 표면까지 넓어지지만 몸 안은 오히려 양기가 허(虛)해져(음기가 잠복) 속이 차가워지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한방에선 더위를 이기는 음식으로 파전·콩국수·메밀국수를 추천한다. 파전은 속이 찬 사람에게 이로운 파와 성질이 차가운 녹두·굴·오징어 등이 주원료인 음식이다.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은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고 소화·흡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며 더위와 몸속의 습한 기운을 없애준다. 메밀국수의 메밀도 성질이 차고 소화를 돕는다.

오이·참외·수박도 유용한 더위 탈출 식품이다. 오이는 열을 식혀주고 수분대사를 조절한다. 수분과 당분이 풍부한 참외는 갈증을 멎게 하고 이뇨 효과가 있다. 수박의 당분은 몸 안에서 금방 흡수돼 갈증·피로를 풀어준다. 이뇨작용이 있어 열도 식혀준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이진무 교수는 “수박은 알코올의 해독·배설 작용이 있으므로 과음한 다음날 먹으면 좋다”며 “장관의 연동 작용을 도와 변비환자에게도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혈압이 심하거나 평소 몸이 차서 찬 음식만 먹으면 설사나 경련을 일으키는 사람에겐 권장하기 힘든 과일이다. 냉한 체질의 사람이 수박을 먹을 때 찬 성질을 중화시켜주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함께 먹으면 배탈을 피할 수 있다. 성질이 따뜻한 오미자는 맛이 시면서 상큼해 여름철에 수박과 함께 먹으면 맛이 어울리고 배탈도 막아준다. 우리 조상들이 더위가 심할 때 수박 오미자 화채를 만들어 드신 것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활의 지혜다.

무더위에 피부가 벌겋게 익어 화끈거리거나 물집이 잡히면 수박의 흰 속껍질(얇게 베어내거나 저며서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혀놓은 것)이 ‘특효약’이다. 수박 속껍질을 피부에 골고루 펼쳐 팩을 하면 열감도 내려주고 피부에 필요한 비타민도 공급된다.

더위가 심할 때 유용한 한방 약차론 제호탕·오미자차·인삼차·맥문동차·매실차·생맥산 등이 있다.

제호탕은 음력 5월 5일인 단오(端午·6월2일)에 조선의 왕이 신하들에게 하사한 ‘제왕의 음료’다. 한방에선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진해졌거나 소화 불량, 오래된 기침, 가래, 설사, 복통,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에게 제호탕을 권한다. 마시면 금세 갈증이 풀리고 가슴 속이 시원해지며 입안에서 향기가 오래간다. 뒷맛도 괜찮다. 주재료는 오매(烏梅)다. 오매는 이맘때 딴 푸른 매실(靑梅)의 껍질·씨를 벗긴 뒤 질그릇 냄비에 넣어 연기가 나지 않을 때까지 말린 것이다.

맥문동은 성질이 차가워 열을 식히고 갈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물 1L에 맥문동을 8g가량 넣고 두 시간 정도 달여서 식힌 후 차게 해서 수시로 마신다. 생맥산(生脈散)은 맥문동·인삼·오미자를 각각 2:1:1의 비율로 배합해 만든다. 매실차는 청매(靑梅)나 오매로 만든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