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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심판 vs 지방정부 심판 … 표심은 엎치락뒤치락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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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지하철 2호선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화곡동 까치산시장에서 과일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6·4 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가 다른 이슈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예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접전을 벌이는 후보들의 지지율도 여론조사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발표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국 단위로는 처음 사전투표가 도입된 것도 변수다. 정치권은 지방선거 승패가 향후 정국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지 막판 5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세월호 변수 … 얼마나 클까
이번 지방선거가 ‘세월호 선거’라는 데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세월호 변수가 단연 핵심 이슈로 꼽힌다. 세월호 변수의 영향으로 새누리당 후보들 지지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자 당 지도부엔 비상이 걸렸다.

야권은 ‘세월호 심판론’을 앞세우며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선거”라고 밝혔다. 세월호 변수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셈이다. 포스터와 유인물·플래카드 등 후보들 선거 캠페인도 세월호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세월호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청원 선대위원장은 전국을 돌며 “세월호 사건으로 마음이 상했겠지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진석 충남지사 후보는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라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 가운데 ‘지방정부 심판론’이란 맞불도 놓고 있다. 이완구 비대위원장은 “지방선거가 세월호 참사 이후 성격이 변질됐다”며 “지방선거는 지방정부가 그동안 잘 이끌어왔는지, 누가 적임자인지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선거 종반전에 접어든 상황에서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라는 악재가 터졌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정권 심판론은 별개라는 주장이 나름 확산돼 가는 와중에 이런 돌발변수가 닥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책임론을 면키 어렵게 돼버렸다”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무성 의원이 지난달 30일 “총리는 안 하겠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도 ‘안대희 낙마 변수’를 하루빨리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세월호 민심’이 과연 실제 투표로 이어질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특히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40대 주부층이 세월호 참사 이후 ‘앵그리맘’으로 변신했다는 점이 큰 변수다. 이들의 발길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향할지가 선거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차기 주자 … 얼마나 살아남을까
선거 때는 항상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유권자들의 시험을 통과하면서 능력을 검증받고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역단체장은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는 등용문이 돼왔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곤 했다. 이인제·손학규·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극적으로 양보하면서 일약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선 여야의 차기 잠룡이 대거 광역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정몽준·남경필·원희룡 후보가, 새정치연합에서는 박원순·송영길·안희정 후보가 나섰다. 여권에선 김문수 전 지사, 야권에선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의원 등 2012년 대선에 발을 담갔던 정치인을 제외하면 2017년 예비주자로 거론되는 후보들이 사실상 거의 모두 뛰어든 모양새다. 이들의 당락에 따라 차기 대권구도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야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후보들이 모두 살아남아 당내 대선 후보군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최악은 한 명만 승리하거나 전패할 경우다. 이는 빈약한 인재 풀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여야 간 차기 대선 경쟁에서 시작부터 밀리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특히 ‘중진 차출론’을 앞세웠던 새누리당은 필승 카드로 꺼낸 후보들의 생환율이 낮을 경우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자연스레 당내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경우 다른 대선 주자는 물론 기존 당권 주자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에서 당내 역학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수도권 … 대혈투 최후 승자는
역대 선거의 승자는 늘 수도권 민심을 얻는 쪽이었다. ‘수도권 승리=전체 승리’라는 공식은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변함없이 적용되는 불문율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3개 시·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거주하며 전국의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텃밭으로 불리는 영호남과 달리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유권자들의 표심이 하나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상징성도 크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인천과 전국 득표율이 51.6% 대 48.0%로 똑같았다.

여야의 바람은 수도권 세 곳 중 최소한 두 곳 이상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럴 경우 17개 시·도 전체의 선거 결과가 9대 8이냐, 10대 7이냐에 관계없이 “진정한 승자는 우리”라고 선언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새정치연합은 수도권에서 3대 0의 완승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기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안대희 낙마 등을 두루 감안할 경우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민병두 선대위 공보단장은 “수도권 세 곳의 표심은 비슷한 동조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전국 광역단체장 당선자 지도에서 영남권만 빨간색을 띠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며 부심하고 있다.

거꾸로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2대 1 또는 3대 0으로 이길 경우 여권은 극적인 정국 반전의 기회를 쥐게 되지만 야권은 ‘대안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잃을 위험에 처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1, 2일 인천과 수원에서 잇따라 선대위 전체회의를 여는 것도 ‘경기는 지키고 서울·인천은 뒤집는다’는 수도권 총력전의 일환이다. 새정치연합도 지난달 30일 안철수 공동대표가 송영길 후보와 인천공항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등 수도권에 막판 화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무소속 … 돌풍 현실화될까
2010년 지방선거에선 두 명의 무소속 광역단체장이 선출됐다. 김두관 경남지사와 우근민 제주지사다. 이번에도 두 명의 무소속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 후보와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그들이다. 특이한 점은 둘 다 여야의 핵심 지지기반에서 당선권에 접근해 있다는 점이다.

단일화를 통해 여야 후보와 일대일로 맞서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강 후보는 새정치연합이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한 데 반발해 탈당한 뒤 함께 탈당한 이용섭 후보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이뤄냈다. 오 후보는 새정치연합 김영춘 후보와 단일화한 뒤 ‘범시민 후보’로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강 후보가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반발 심리에, 오 후보는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피로도에 기대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무소속 시장의 당선은 지역 정가는 물론 중앙 정치권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윤 후보 전략공천을 밀어붙인 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오 후보의 당선도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의 대구 돌풍과 맞물려 영남 친박계의 아성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공천=당선’이라던 영호남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다.

투표율 … 역대 최고 경신할까
1995년 이후 다섯 차례 치러진 지방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55.2%였다. 대선과 총선에 비해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95년 선거에서 68.4%였던 투표율은 2002년 48.9%까지 떨어졌다. 2010년엔 54.5%로 올랐지만 여전히 평균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최소한 4년 전 선거보다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예측이다.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1일 수도권과 부산·충북·강원 등 6개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72.6%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는 수치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도 투표율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11.49%로 집계됐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4월과 10월 재·보선의 사전투표율 6.93%와 5.45%를 훌쩍 뛰어넘었다.

물론 사전투표가 투표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투표일이 하루에서 사흘로 늘어난 만큼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긍정론과 어차피 투표할 사람이 미리 찍는 것일 뿐이란 신중론이 혼재돼 있다. 여기에 6일 현충일까지 징검다리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뒤흔들 핫이슈가 잇따르면서 역대 지방선거보다 관심이 훨씬 높아졌다는 데엔 여야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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