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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시대」의 고교 평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958년 소련의 과학진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우주에 쏘아 올렸을 때 전 세계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어떤 평론가는 『소련 국민들에게는 그런 기술이 없다. 틀림없이 「유대」인의 연구를 도용한 것이겠지』라고 단언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2차 대전 때 억류한 독일학자들의 두뇌를 사용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의 이같은 과학적인 개가의 배경에는 그 보다 훨씬 이전부터 국민학교 5학년 이상의 각급 학교 학생 중 비범한 자질을 가진 자를 선별하여 장기간 추진해온 조직적이고 철저한 「천재 개발」교육의 축적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져 세계는 비로소 소련의 높은 기술수준을 솔직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 현대 국가의 존립을 지탱하는 토대는 다른 어느 것보다도 우수한 두뇌와 첨단적 기술 수준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세계는 지금 『두뇌「올림픽」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나라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교육적 대책의 강구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 나라만이 이러한 우수 인재들의 개발과는 역행하는 교육 시책을 고집하고 있는 느낌이다. 전국 5대 도시에서 시행중인 고교 무시험 진학제를 79학년도부터 새로이 7개 도시에 확대 실시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은 이같은 세계의 추세에 비추어 그 후환을 장래에 남기는 것일 우려가 짙다.
고교 추첨 진학제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교육의 질적 향상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도리어 교육의 평가절하만 초래했다는데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같은 제도의 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모든 학교의 평준화를 실질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요건들을 갖추게 되었음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당국이 새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국·영·수·과학의 우열반 운영방안만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시설과 예산상 배려가 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지 아니한가.
물론 평준화 시책을 통해 과열된 입시 경쟁을 없애겠다는 본래의 취지에 이의는 없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 우수한 학생이 능력에 따라 그 자질을 마음껏 키워나갈 수 있는 제도에 대신할 대안은 이제까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한 예가 없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물론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고른 인격자를 양성하는데 있는 것이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것도 요는 각 개인이 가진 인간능력을 가능한 최고도로 개발시킴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명분만 있고 그 실이 따르지 못하는 이른바 평준화 시책을 강행하기 위해 우수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마저 옥석을 혼효 하여 저질로의 평준화를 고집하는 것을 어찌 교육의 정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우기 우리 나라는 이제 세계의 모든 나라와 어깨를 겨누고 그들과 맞서 치열한 경쟁을 해나가야 할 처지다. 국제 시장에서도 우수한 두뇌만이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이는 바로 가격 경쟁에 이기는 길이기도 하다.
부존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다른 나라보다 우수한 두뇌를 여하히 조직적으로 많이 길러내는가에 달러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우기 복잡하게 발전해 가는 현대 사회를 관리 운영하는데는 더욱 더 고도의 지적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수한 인력의 집중적 개발을 위한 효과적 교육 제도의 계발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국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교 당국이 이제 이 제도의 확대 실시를 결정한 이상,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전기한 평준화의 제 요건을 충족시키느냐에 있다. 교육의 대중화 추세를 따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정말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의 능력을 최고도로 진작시킬 수 있는 교육 제도를 따로 모색해 보도록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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