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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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공장폐수와 합성세제등 오염물질의 방류로 한강본류를 비롯한 인근 수계자원의 오염도는 날이 갈수록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시정에까지 오르내리던 한수의 청정한 푸른빛은 간데가 없어진지 이미 오래고, 이제는 둔탁한 잿빛만이 도도히 흐르는 한강수를 볼 때 정부당국과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은 다같이 심각한 반성과 함께 근본대책을 세우는데 발벗고 나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한강 본류중 영등포수원지 부근과 탄천, 남한강의 경인갈포부근. 옥동천 등 북한강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계는 벌써 식수원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오염되고 있다.
더구나 중랑천, 안양천, 불광천 등 한강지류는 그 오염도가 너무나 심해 식수로는 물론 공업용수로도 부적당하다는 놀라운 조사보고조차 나오고 있다.
한수오염의 제1원흉은 한강유역에 있는 3백38개소의 섬유·금속·재지·화학 등 각종 산업체에서 방류하는 하루 13만7천5백여t의 각종폐수와 생활용수, 합성세제라 할 수 있다.
검찰당국은 수시로 이들 공해공장을 급습해 폐수정화 시설을 갖추지 않았거나 시설을 갖추고도 정상가동을 하지 않은 업체를 적발해왔고 이번에도 한강에 폐수를 방류한 40개 업체를 적발해 의법조치하는 등 사후처리를 한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도의 사후단속이나 가벼운 처벌만으로써는 사태해결에 별도움을 주지 못한다는데 있다.
당국의 보다 강력한 예방조치와 1회의 적발로도 문을 닫게 하는 등 강경한 벌칙의 시행과 함께 기업주들의 양심적 호응이 따르지 않는다면 공해방지는 영원한 악순환을 거듭할 뿐일 것이다.
공해방지를 위해서 공해업체에 방지 시설을 의무화함은 물론 시설의 정상가동여부를 철저히 감시해야하나 현재 1백여명의 공해감시요원이 1만5천여개소가 훨씬 넘는 많은 공해업체를 감시해야 하는 사태를 놓고서는 공해원에 대한 철저한 규제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조차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오염측정기 10대중 절반이 정상가동을 못하고 있다니 이게 사실이라면 보사부와 시·도 당국은 공해장비점검을 일제히 서둘러야 하지 않겠는가.
일부 공해업주들은 경비를 줄이기 위해 밤에는 공해방지시설을 정상가동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겨울철만 되면 폐수정화시설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일이 많다니 당국은 이런 것부터 철저히 뿌리뽑아야 한다.
이는 국민의 건강보다는 경제적 손익을 중요시하는 후안무치한 짓이라 지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7월부터 시행되는 환경보전법에는 공해업체에 대한 벌칙을 대폭 강화해 종래 위반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던 것을 3년 이하의 징역,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고 사업법인과 그 대표자에게 양벌규정을 적용, 최고 3천만원까지로 벌금액수를 높인 것도 잘한 일이겠다.
보사부 등 환경당국은 이와 함께 공해업체에 대해 기껏 개선명령이나 조업정지 조치를 내려오던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고발 등 보다 강력한 처벌을 위주로 정책을 전환해 주기 바란다. 정부는 또 환경당국이 보다 폭넓은 공해정책을 펴도록 충분한 예산조치와 증원을 배려해주기 당부한다. 인간의 장래를 위협하는 공해문제는 이제 온 국민의 숙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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