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철야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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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투표도 개표도 모두 차분하고 조용히 끝났다. 선거운동기간 중의 무관심과는 달리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인 18일 밤의 전국 개표장에서는 당락이 결정될 때마다 함성과 박수소리가 터지기는 했으나 과거 국회의원선거 개표 때 보였던 흥분과 고함·시비 등 박진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18일 밤 전국에서 개표를 제일 먼저 시작한 곳은 강원 강릉시로 하오 6시45분부터 개함 했으며 제일먼저 개표가 완료된 곳은 경남 함양과 강원 원성 등으로 각각 하오9시5분쯤 끝났다.
입후보자와 가족 등 관계자들은 초저녁부터 개표장에 나가 초조히 개표진행 상황을 지켜보았으나 상당수가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 이야기로 화제를 삼았으며 많은 유권자들은 하오10시부터 철야로 중계된 TV와「라디오」의 합동중계방송을 통해 당락을 지켜봤다.

<상고 주산부 학생들|11명 동원 개표집계
서울시 개표집계상황실은 덕수상고 주산부학생 11명을 동원, 밤샘을 하며 서울시내 22개 개표소에서 보내오는 개표현황으로 개표집계 작업을 벌였다.
동대문 갑구 개표소를 담당한 덕수상고 1년 전기곤군(15)은『학교에서만 자랑해 오던 주산초단의 실력을 처음 발휘할 수 있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면서『그래도 생전 처음으로 밤을 새우니 졸음 때문에 견딜 수 없다』고 졸린 눈을 비비기도 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 학생에게 졸음을 참게하기 위해 사과와 과자 등을 주어 개표집계 오차를 막는데 신경을 썼다.

<한 때 정전 소동도>
서울시 개표집계상황실은 18일 하오7시부터 8시 사이에 정전이 되는 바람에 촛불을 켜고 작업을 하는 등 한차례 소동을 빚기도 했다.
성북구 개표소와 관악구 개표소도 18일 하오 정전을 일으켰는데 관악구청에 설치된 관악갑구 개표소의 경우 개표가 시작되기 전인 하오 8시40분부터 9시30분까지 정전, 개표가 늦어지는 바람에 19일 상오 9시 현재 비교적 늦은 50%의 개표 진척율을 보였다.

<미 cbs기자 4명|중구서 2시간 취재>
서울중구 제1, 2, 3선거구 개표장인 숭의여고 체육관에는 미국 CBS방송기자 4명이 하오 9시40분부터 2시간동안 개표상황을 지켜보아 이채.
이들은 시중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개표작업을「카메라」에 담기도 했는데 개표 중 개표장 안의 전등 16개중 10개가 갑자기 정전되어 10여분 동안 개표가 중단되자 어리둥절하는 표정을 지었다.

<옥중 출마자도 당선>
옥중 출마한 전북 순창군 쌍치면의 최계일씨(38)는 고선장씨(57)를 5표차로 앞질러 당선. 최씨는 초대의원으로 지난 4월초 전주지검 남원지청에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됐었는데 4윌30일 옥중출마, 5월4일 보석으로 나와 득표활동을 했던 것.【전주】

<동점…연장자 당선>
경북 성주군 선남면 이기동씨(56)는 노근성씨(41)와 2천3백4표로 동점을 이뤘으나 연장자여서 당선.
상주군 사벌면 우한구씨(45)는 서응호씨를 단 한 표 차로 누르고 당선.
경기도에선 홍사응씨(49·화성군 남양면)가 2천7백42표를 얻어 경쟁자인 최학현씨보다 2표가 앞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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