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프리카 교감, 경제보다 문화가 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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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문시연 교수. 최근 아프리카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해 교류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포럼을 열었다. [김상선 기자]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인가.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자원과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아직은 여로모로 낯설기만 하다. 한국 정부는 나름의 청사진을 그려 놓고 교역량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일찌감치 아프리카를 중시한 중국에 비하면 한참 처져 있다.

 지난 22~23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문화예술 포럼’은 그같은 현실을 주목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였다.

이 학교 한국문화교류원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해 올 처음 열린 이 행사엔 세네갈의 압둘 아지즈 음바예 문화부 장관을 포함해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 10여 개 국가의 문화정책 입안자, 출판사 대표 등 문화예술인들이 참가했다. 아프리카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발표하고, 한국과의 문화 교류 확대 방안과 이같은 모임의 정례화를 모색했다.

 포럼 개최는 교류원장을 맡고 있는 숙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문시연(49) 교수가 주도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프랑스어 등 ‘제2 외국어’ 전공자들의 졸업 후 사회 진출이 점점 힘들어지자 그는 국제문화 교류로 방향을 틀어 활로를 찾고자 했다. 세네갈·가봉·말리 등 주로 불어가 공용어인 북서 아프리카 지역 국가가 참가한 이번 포럼은 그런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세네갈 최고의 경영전문대학원인 ISM과 지난해 단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문 교류를 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아프리카와의 교류 협력은 경제 분야보다 문화적인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경제적 이익 추구에만 집중할 경우 자칫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은 자원을 빼가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인식이 아프리카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풍부한 문화 자원을 어떻게 국제 사회에 알릴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답답해한다고 했다. 문화적 접근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근현대사의 경험이 유사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문 교수는 “한국이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서구 열강의 지배를 받은 아프리카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데다 또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라는 인상이 강해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문화 교류에서 시작해 경제 협력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접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외국에 나가보면 결국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한국적 정체성인데 아프리카와의 교류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도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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