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시장서 부활 날갯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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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이 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서 문을 연 용산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이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용산 시티파크…. 국내 주상복합의 대표 주자들이다. 이들 단지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급 주택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며 부동산시장에서 늘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꺾이면서 주상복합 인기도 시들해졌다. 그러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주춤한 상태지만 분양시장에서 잇따라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주상복합이 조금씩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부산 용호동에서 분양된 더블유(W)는 1458가구 모집에 9464명이 몰리며 대부분의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대구 칠성동 오페라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는 1순위 청약에서 무려 76.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올 들어 분양시장이 다소 활기를 띠면서 입지적 장점 등을 갖춘 주상복합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은 대개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교통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편이다. 외관이 화려하고 층수가 높아 지역 랜드마크(대표 건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주택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대형화를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85㎡(이하 전용면적) 이하 중소형 물량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이 실수요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상품을 내놓고 있어서다.

서울 천호동에서 분양된 래미안 강동팰리스가 대표적이다. 전체 가구의 99%가 85㎡ 이하로 설계됐다.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도 중소형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업체들도 주상복합 물량을 대거 선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전국에서 분양되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총 21곳, 9300여 가구다.

 분양 예정 물량의 입지가 대부분 괜찮다. 고급 주상복합촌인 서울 용산에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잇따라 분양에 나선다. 수도권에선 인기 주거지인 위례신도시(성남권역)에서 분양물량이 나온다. 지방에서도 분양이 활발하다. 청약 열기가 뜨거운 대구와 부산 물량이 많다.

중소형 물량도 적지 않다. 위례신도시에 들어서는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는 전 가구가 84㎡형으로 설계됐다. 반도건설이 세종시에서 분양 예정인 반도유보라도 84㎡ 단일 주택형으로 이뤄졌다. 관리비 부담과 환기 문제를 줄였다.

대우건설은 용산 푸르지오 써밋 각 가구에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난방에너지 절감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용산 아파트에 2~3면이 개방되는 파노라마식 거실 설계를 적용해 자연환기가 가능하게 했다.

분양가 부담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아직 분양시장이 살아난 게 아니어서 업체들이 가격을 낮춰 잡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용산 푸르지오 써밋 분양가를 주변 시세(3.3㎡당 3000만원 안팎)보다 싼 3.3㎡당 2800만원대(아파트)로 정했다.

이들 단지에 청약할 때는 입지여건과 분양가를 잘 따져봐야 한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아직 부동산 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워 투자보다는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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