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세제」는 왜 나쁜가…|정부의「연성」생산지시 계기로 본 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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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질오염의 큰 원인으로 꼽혀 왔던 경성합성세제를 「연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대두됐었다. 빨래뿐만 아니라 과실과 야채 씻는데, 머리감는 「샴푸」 등으로 쓰이는 합성세제는 l916년 1차대전 당시 독일에서 비누의 원료인 유지를 식량으로 돌리기 위해 새로 개발해낸 것으로 세탁기의 보급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러나 50년대 초부터 이 합성세제의 거품이 물에 잘 녹지 않아 부작용을 빚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위험성이 지적됐다.
즉 경성합성세제는 물 속에서 분해되지 않은 거품으로 남아 강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할 정도로 독소가 된다는 것인데, 이런 수질오염은 사람에게 피부염이나 암 발생과 기형아를 분만할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리하여 독일(61년)을 비롯하여 미국·영국(65년) 등지에서는 이 경성합성세제의 생산을 중지하고 그 대신 비교적 물에 잘 녹는 연성합성세제만 사용허가를 해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69년 합성세제 원료제조회사를 독점생산 허가했는데 여기서「경성」만 생산해내 문제가 돼왔다.
각 대학연구소를 비롯, 국립보건원, 과학기술연구소 등에서 부분적으로 이 합성세제의 수질 오염도를 측정, 경고해 왔다.
정부에서도 지난 73년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강오염 조사결과 『심각하다』고 보사부에 보고하자 상공부에 「연성」으로 바꿀 것을 건의했고, 그 이후 거의 매년 이런 방침을 발표해 왔으나 아직 실현이 안 된 채 시중의 합성세제는 모두가 외국에서 판금조치 된「경성」으로 공해를 더해가고 있을 뿐이다.
지난13일 정부가 경성합성세제를 생산 금지키로「확정했다」는 발표도 앞으로 이 경성세제에 대한 독성실험과 환경오염 현황을 조사한 뒤 실시하겠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 그것이 과연 언제부터 일까에는 아직 의문이다. 더우기 지금까지「연성」화 늑장의 이유가 돼왔던 생산원가 상승(20%)과 시설비 등의 엄청난 비용이 앞으로 물가대책과 어떻게 조절이 될지도 문제다.
연성합성세제(라이너·알킬·설포니트)는 미생물에 의해 물에서 분해가 가능하여 그 거품의 80%이상이 용해된다.
경성세제의 부작용은 첫째, 손의 지방층을 벗겨 내버려 피부를 거칠게 하고 둘째, 접촉성피부염을 일으키며 세째,「알레르기」반응을 초래하며 넷째,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다섯째, 체내에 들어가 축적되는 경우 용혈작용·간 손상·암 유발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점이다.
한편 상공부는 연간 85억원의 판매실적을 보이고있는 경성합성세제의 연성화 방침에 따라 2단계로 나누어 79년 말까지는 연성세제의 원료인「노말·오레핀」(연성알킬·벤젠)을 국내생산 할 계획이다.
현재 합성세제의 원료인「알킬·벤젠」은 이수화학에 의해 독점 생산되고 있는데 상공부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서 1단계로 이수화학에 「노말·오레핀」가공시설을 금년 말까지 시설, 내년부터는「럭키」·애경유지 등 합성세제「메이커」들에 연성원료를 공급시키고 2단계로는 79년 말까지 「노말·오레핀」의 원료가 되는 「노말·파라핀」을 국산화시키기로 했다. 1단계 시설비는 40∼50만「달러」(2억∼2억5천만원)로 많은 경비가 필요치 않으나 2단계에는 4백50만「달러」(22억5천만원)정도의 시설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공부는 연성세제 원료가 완전 국산화되기까지의 과도적 조처로 금년 하반기부터 「노말·오레핀」수입을 자유화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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