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유실수 은행나무(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은행나무·개량종은 묘목을 이식한 지 4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하여 10년이 되면 10㎏, 20년이 되면 18.5㎏정도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시중의 은행시세는 ㎏당 l천7백원을 홋가하므로 농가에서 1천2백원에 낸다 해도 단보당 40그루를 직재하여 10년이 지난 농가의 조수입은 48만원이 된다는 계산이다.
미작이 최근의 통계 신품종보급으로 평균 단수가 4백92㎏으로 늘어 12만6천원의 조수입을 올릴 수 있다곤 하지만 은행은 그 4배가 되는 셈이다.

<약제·고급가구재료로>
은행나무는 수익성도 높지만 용도도 다양하다.
열매는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서 가치가 높고 잎은 항암제의 원료로 독일에서 대량 수입해 가고 있다. 목재는 연하고 탄력성이 있으며 트거나 휘지 않아 고급가구·바둑판으로 인기가 높다.
서울시 조경과장 피상진씨는 가로수로서 은행나무를 따를 것이 없다고 격찬하고있다.
수세가 강해 우거진 녹음을 만들고 계절따라 색깔이 변하는 잎이 아름답고 깨끗하며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좋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1억5천만년전「주라」(JURA)기 때에 지구상에 번성했던 식물이다.
그것이 오늘까지 살아 남은 것만 보아도 얼마나 생명력·환경적응력이 강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은행나무는 접목·이식을 해도 잘 살고 불이나 추위에 강하며,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도 높다.

<공기를 맑게 하기도>
요즘처럼 도시공해가 심각한 때에는 가로수도 그 같은 여건에 버틸 수 있는 나무라야 가로수로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은행나무는 공해에 때한 저항력이 강할 뿐 아니라 자동차에서 내 뿜는 아황산「가스」를 흡수하여 공기를 맑게 하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
공해시대의 가로수로서 천부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플라타너스」도 공해에 강한 나무지만 겨울에 추위가 심하면 수피가 갈라지고 거칠어져 언제나 매끈한 모양을 잃지 않는 은행나무에는 비길 것이 못된다.
서울시가 은행나무를 서울을 상징하는 나무로 선정하고 가로수로 많이 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서울시내의 가로수 8만5천그루 중 13.5%인 1만1천5백 그루가 은행나무다.
일본 동경을 상징하는 나무도 은행나무이며 가로수의 24%가 은행나무로 되어있다.
우리 나라는 도시개발과 신규 도로의 개설 등으로 가로수수요가 급증 추세에 있어 은행나무만 4백만∼5백만 그루는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가로수로 쓸 수 있는 12년생 한그루 값이 2만9천원선(정부구매 기준가)인데도 벌써 물건이 달리고 있다.

<정지·전정도 철저히>
용인자연농원은 4년생 접목묘(국내개발품종)한 그루에 3백50원씩 공급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가까운 산기슭이나 집 근처에 심어놓기만 해도 8년 후에는 지금시세로 쳐도 83배의 수익이 보장된다는 얘기가 된다.
은행나무는 암수의 구별이 있다. 가로수로는 암나무보다 수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
은행열매는 과피가 썩는 냄새가 불쾌감을 주고「알레르기」피부를 가진 사람에게는 피부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묘목을 심을 때는 암수를 가려 심어야한다.
열매를 목적으로 심을 때는 암나무를 심고 다만 수분을 위해 개화기의 풍향을 고려해서 4㎢에 4∼5그루의 수나무를 점재시키면 된다.
그러나 묘목의 암수 구별은 용이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가지가 위로 뻗는 것은 수나무, 처지는 것은 암나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판별이 어렵다.
약물을 쓰는 방법은 잎이 달린 가지를 0.03%의 염소산가리 용액에 담가 약해를 받는 것은 암나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암수가 밝혀진 성목의 가지를 잘라 접목시켜서 필요한 나무를 얻는 방법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은행나무는 표고 5백m이하의 산록이나 하천근처의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 되는 곳이 적지다.
묘목을 심을 때는 구덩이를 80×90정도로 넓고 깊게 파고 그루당 퇴비 20㎏, 복합비료 2백g을 시비하는 것이 좋다.
은행나무는 방치해도 갈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확을 높이려면 시비를 잘해주어야 한다.
직재거리는 처음에는 단보당 40그루정도를 심었다가 10년 뒤에 절반 정도를 간벌하고 다시 5년쯤 후에 나머지의 절반을 간벌하여 10∼12m 간격으로 7∼10그루 정도를 남겨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은 수고 40m이상 자라는 교목이므로 방임해 두면 너무 높게 자라서 수확·병충해 방제 등이 어려워지므로 과실을 목적으로 할 때는 작업에 쉽도록 정지·전정을 해 주는 것이 좋다.
가로수도 수형을 아름답게 하고 통풍·채광이 좋도록 가지치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해에 강하고 깨끗해>
그러나 결과지는 항아만이 매년 조금씩 자라서 열매를 맺기 때문에 암나무의 전정은 그늘이 되는 가지를 솎아주는 정도에 그치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확은 자연낙과를 기다리거나 나무를 흔들어 낙과시킨 것을 10∼15㎝ 두께로 쌓아 겉껍질이 썩은 뒤 물로 닦아내고 말린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공해를 막아주고 아름다운 잎과 수익성 높은 열매로 메마른 정서와 물길 생활을 모두 풍요롭게 해주는 은행나무를 널리 심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권장해야 할 것이다. 【특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