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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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원하노니 주님이 당신을 축복하시며…. 』
대충 이런 뜻의 기도를 신부는 미사 때마다 올린다. 미 대통령 취임식 때도 비슷한 기도문을 읊는다. 이때의 『축복』을 유대 사람들은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것의 확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곧 주거·식사·의복·돈의 4개 조건이 갖추어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 네개가 신이 사람들에게 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축복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때의 기도문에는 마음과 같은 뒷말이 붙어 있다. 『…당신을 지켜주시도록 기도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식주와 돈만이 전부는 결코 아니다. 그러니까 이 네개가 인생의 전부라고 오해하지 않도록 하느님이나를 지켜주시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의식주와 돈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가정이다.
집은 없어도 가정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정 없이는 집은 아무 소용도 없다.
가정은 가족 모두의 마음을 비와 눈으로부터 막아주는 지붕이며, 추위를 이겨 낼 수 있게 해주는 벽이며, 또 벼락이나 지진을 견뎌 낼 수 있게 해주는 대들보들이다.
아무리 집이 호화롭고 튼튼하다해도 이런 마음의 지붕이며, 대들보가 없으면 그런 가정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마이·홈」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때의 「마이·홈」은 기껏해야 「내집 마련」과 「정원 가꾸기」로 끝나기 쉽다.
혹은 네개의 기본 조건을 갖추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랄까. 아니면 현실 생활의 고역에 지친 탓일까. 실제로는 「마이·흠」이 아니라 「마이·하우스」 바람만이 유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2년 전에 일본의 어느 심리학자가 가정에서 엄마와 아이들 사이의 대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를 조사해본 적이 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그 시간을 하루 평균 2분40초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밥 먹었니?』 『손 씻었니?』 따위의 대화는 제외된 시간이다.
그렇다면 아침 일찌기 허둥지둥 출근해서 밤늦게 돌아오는 아버지와 아이들과의 대화는 과연 몇초나 될까.
아내와 남편 사이의 대화는 또 어떨까?
언젠가 「런던」 대학에서 남편이 휴일에 얼마나 가사를 돕는가를 조사해 봤다. 으뜸은 「불가리아」의 남편들로 평균 5시간, 미국은 3시간, 신사의 나라 영국은 2시간42분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가사를 돕는 시간은 1시간도 안될 것이다.
대화의 시간은 더욱 없는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네 「마이·홈」은 날로 온기를 잃어만 간다. 5월은 가정의 달.
집집마다 서로의 마음의 온기를 되찾아내자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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