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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사고원인엔 함구|석방된 김창규 기장·이근식 항법사, 내외기자와 회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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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코펜하겐=장두성·주섭일·조남희 특파원】「코펜하겐」공항에서의 두 승무원의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KAL기 항로이탈에 얽힌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이 사건의 초점은 KAL기측 실수와 소련측 실수가 각각 하나씩인데 KAL기 측은 김 기장과 같은 노련한 북극항로 조종사가 어떻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이상할 정도의 항로이탈을 하게 되었는가는 점이고, 소련측 실수는 명백한 민간여객기인 KAL기의 착륙을 유도함에 있어 동체공격으로 10여명을 살상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점에 대해 내외기자들은 예리한 질문을 조목조목 물었으나 김 기장과 이 항법사는 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특히 서방기자들은 소련측 과오를 보다 명확하게 파헤치는데 질문을 집중했는데 공격 직전 소련기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기장과 이 항법사는 어떻게 항로이탈을 그렇게 많이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는 인상을 주었다.
김창규 기장과 이근식 항법사는 도착직후 「코펜하겐」공항귀빈실에서 내외기자들과 회견, KAL기가 정상항로를 벗어나 소련영공에 들어간 것은 방향 「자이로」에 이상이 생겼으나 이를 바로 잡아줘야 할「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의 지상「로런·스테이션」(LORAN Station=장거리항법에 사용하는 자기위치 측정장치)이 철수상태였기 때문에 정상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기장은 항해 중인 비행기들이 교신을 원할 때에는 국제신호인 「원투 원 파이브」를 영어로 보내는 것이 원칙인데 소련전투기가 KAL기에 접근했을 때 부기장이 비상주파수로 계속 신호를 보냈지만 전투기로부터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소련에서 조사를 받고 사고당시의 사실 그대로를 적어 놓고 송환되어 나왔다고 말했다.
회견을 하는 동안 이 항법사는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32분간의 회견에는 한국특파원 2O여명을 포함, 1백여명의 내외기자가 참석했다.
문=석방 소감은?
답=박 대통령을 비롯, 국민들의 정성어린 구출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하며 석방을 도와준 우방 여러 나라와 국제기구에 감사한다. 죄송스러운 것은 탑승객 중 사상자가 생긴 것이다.
문=어떻게 해서 항로를 벗어난 비행을 했는가?(이근식 항법사에게)
답=사고가 난「보잉」707기에는 DC10이나 「보잉」747기처럼 INS(자동관성항법장치)가 달려있는 것은 아니나 「도플러」「로런」NDD같은 항법이 있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사이를 비행할 때 방향「자이로」에 이상이 생겼는데 이를 바로 잡아줘야 할 지상의「로런·스테이션」이 철수상태여서 정상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로런·스테이션」은 지상의 항로관제소로서 항공기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인데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의 「로런·스테이션」이 왜 철수상태였는지는 불분명하다.
문=구체적으로 이런 계기에 고장이 생긴 것은 언제인가?
답=증거물을 소련 측이 갖고 있어서 여기서 말하기 어렵다.
문=고장신호를 보았는가?
답=지금 모든 것을 우리나라 조사위원회기관에서 조사중이며 소련당국의 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조사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것이 밝혀질 것이다.
문=억류 중 어디로 갔으며, 어떤 조사를 받았는가?
답=소련 북쪽의 「갈렐리아」공화국 「켐」시에 머물러 있었다. 그 곳에서「모스크바」파견관으로부터 사고경위에 대해 여러 가지 조사를 받았다. 「켐」시는 인구 3천명 밖에 안 되는 소읍이지만 소련 국민들이 베풀어 준 호의에 감사한다.
문=「켐」시에서 어디로 갔는가?
답=「켐」시에 있다가 오늘 아침(현지시간 29일)식사를 그 곳에서 하고 그 부근 비행장에서 비행기를 타고 「레닌그라드」로 갔다.
문=비행 중 소련 측으로부터의 경고신호를 본 일이 있는가?
답=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심신이 피로하여 그 순간에 무엇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우선 목욕을 하고 쉬고싶다.
문=사고 당시의 상황은 어떠했는가?
답=고도 3만5천「피트」로 비행 중이었는데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비행기에 요동이 일어나 「디컴프레션」(기내 기압강하)이 생겼다. 이때 첫째 내가 해야 할 일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비상착륙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3만5천「피트」에서 3천5백「피트」까지 내려가는데 약5∼6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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